A Cheng Goose - 거위기름밥
살면서 이제는 쓸 일 없는 글자인 거위 아(鵝)를 쓰는 아성아육(阿城鵝肉)은 유서 깊은 위대한 식당이라던가, 반드시 가봐야 할 훌륭함이 있다거나 하는 곳은 아니다. 아침식사 식당으로 시작하여 끊임없이 구워지고 있는 거위와 역시 끊임없이 몰려오는 인파 속에서 거위를 맛보고 적당히 끼니를 달랜다는 분명한 목표를 위한 곳이다. 총본산은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점을 방문할 수밖에 없으니, 기대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곳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금류인 닭, 그리고 그 다음의 오리와 비교해서도 거위는 근육 속 지방의 비중이 높고 껍질도 두터워 그 풍성하고 진한 맛으로 사랑받는다. 칸톤 요리를 대표하는 가금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고, 프랑스에서도 사냥으로 얻는 가금류와 가장 유사한 가축으로 불리곤 한다.
아성에서 쓰는 거위는 브로일러 양산형 거위(닭으로 치면 호수가 한 자리수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커다랗게 키운 거위의 탐스러운 매력까지는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부드러움을 잃지 않을 정도로 구워낸 살덩이 사이에서 껍질의 지방이 터져나올 때의 즐거움은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식사를 완성으로 이끌어준 것은 다름아닌 이 흰밥이었다. 풀기 없게 지은 밥에 거위기름을 아래까지 충분히 적셔준 뒤 약간의 깨로 마무리한 밥을 함께하면 살짝 식은 거위 구이에서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거위기름의 쾌락이 드러난다. 간단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입맛이 도는, 거위의 묵직한 매력. 약간의 짠맛으로 다소 이른 아침식사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변한다.
굳이 그 고기를 다시 기름에 담가서 만드는 요리가 있을만큼 가금류의 지방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예닐곱 종류의 양념장이 비치되어 있었지만 밥 한 술에 더 이상 양념이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