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첫사랑 IPA
2010년대 초 한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을 상징하는 맥주가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 IPA였다면 후반부는 '헤디 토퍼' 스타일, 즉 NEIPA의 시대였고 2020년대에 접어든지 썩 시간이 된 지금까지도 그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어메이징의 '첫사랑'은 시간상으로도, 또 출하량으로도 썩 앞서나가고 있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기업의 바틀샵에 등장하더니 이제는 대형 마트에서도 마실 수 있는 맥주가 되었다. 국산 맥주라면서 소비자의 발목을 잡는 대형마트, 편의점의 크래프트 맥주들이 메스꺼운 캔 디자인과 더 재미없는 맛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기를 즐기는 가운데 어메이징은 또 하나의 예외가 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트리하우스 줄리우스만큼 맛있다'같은 광고로 이목을 끌던 맥주라는 사실은 잊혔지만 간만에 마신 첫사랑의 맛에는 그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있었다. 캔입일이 조금 지난 상태였음에도 최소한의 기대치, 약간의 과실향과 만족스러운 마우스필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비교적 저온에서 홉향을 넣어 만드는 작위적인 강렬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라이프 페일 에일 문수트가 잘 만듦의 기준에서 덜 만든 쪽으로 기울어졌다면 첫사랑은 너무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으로 대조된다.
물론 안전하게 만든다고 반드시 맛에 타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요리에 있어 언제나 대량생산은 모든 재료에 같은 승수를 적용하는 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맥주의 발목을 붙잡지 않았을까? 더 나은 맥주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어메이징의 첫사랑은 NEIPA의 최소한을 만족하는 맥주로 남았다. 감상을 요약해보자면, 대형 마트 바깥을 나가 맥주만 따로 살 정도의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적당한 대가를 징수하는 맛을 가진 맥주. 그래도 위로가 되는 점은 썩 괜찮은 가격(500ml 캔에 KRW 5900).
맛있는 음식, 음료를 먹기 위해 비용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최소를 만족하면서 비용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첫사랑은 나름의 의의가 있는 맥주로 남아있다. 어찌보면 요새는 거꾸로가 아닌가. 우리는 비용을 합리화하기 위해 맛을 갖다 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