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트리 - 안주의 엇박자
종종 쓰는 말로 좋은 와인에는 장식이 필요 없다(Good wine needs no bush)고 하는데 세상이 이런 격언처럼 돌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고, 특히 먹거리의 세계, 한국 먹거리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하물며 와인도 타고난 땅, 부모의 부를 벗겨내고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다른 것들의 풍경은 어떻겠는가.
아쉬트리의 맥주는 나쁘다고 할 수 없었지만 장식이 조금은 필요해 보였다. 이곳의 장식이 너무나도 나빴기 때문이다.
맥주 효모를 넣었다는 닭튀김이었는데 순간적으로 나는 맥주를 이용한 반죽beer batter같은 것까지 떠올렸지만 결과물은 그와는 무관했고, 등장한 음식은 조그만 양념과 이곳의 맥주로는 버거운 조금은 열악한 치킨이었다. 정직하게 장점 없이, 국산 육계 본연의 장단을 고스란히 드러내 쉬이 질리고 말았다. 크기를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튀김이라는 조리법의 보편적인 장점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물건이었다.
샘플러를 번개처럼 끝낸 뒤 아쉬트리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캐스크 에일까지 마셨는데 맥주가 썩 괜찮은데 반하여 안주가 격을 맞추지 못해 아쉬움만 배가되었다. 특유의 맛이 썩 두터운 가운데 탄산은 거의 없는 아쉬 트리의 에일은 통상의 쓴맛-탄산에 기대는 '치맥'에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쁜 맥주는 아닌 것이, 다른 맥락에서는 빛날 가능성이 명백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트리의 맥주는 바로 그 아쉬트리의 탭룸에서도 빛나지 못하고 있었다.
맥주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생각건대 비어어드보킷이나 홈브루톡 등 포럼 형식의 웹사이트들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본다. 정보화시대에 이르러 통신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면서, 틀에 갇혀있던 맥주의 맛이 무한한 가능성을 뚫고 나왔다. 한국의 맥주에게도 필요한 것이 이런 자세가 아닌가 한다. 불행하게도 한국에 들어온 서양의 정보라고는 레이트비어, 언탭드 따위의 점수밖에는 없는 듯 하다. 극도로 추상화된 점수 따위로는 맛있는 식사라는 구체적 경험을 재현할 수 없으며, 그 빈칸을 이렇게 관성으로 채우면 좋은 맥주마저 침몰하고 만다. 아쉬트리의 맥주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주 맛집이니 하는 거짓 미사여구로 치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주가 필요없는 맥주라고 하기에도 거짓이다. 좋은 맥주는 장식은 없어도 좋은 안주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