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 Oscar - 김렛의 남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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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 now lunch time and they were all sitting under the double green fly of the dining tent pretending that nothing had happened. "Will you have lime juice or lemon squash?" Macomber asked.

"I'll have a gimlet," Robert Wilson told him.
"I'll have a gimlet too. I need something," Macomber's wife said.
"I suppose it's the thing to do," Macomber agreed. "Tell him to make three gimlets."

와인의 맛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테이스팅 글라스'의 등장 이후 극적으로 사용 빈도가 줄어든 샴페인 쿠페 글라스에 아슬아슬할 정도로 따라낸 김렛, 그리고 셰이커에서 한껏 구른 얼음 한 조각을 띄워 완성하는 이 스타일의 김렛은 도쿄의 혈통을 상징하는 것과 같다. 정확히 말해서는 도쿄 카이칸 스타일. 오스카의 나가토모 슈이치는 카이칸 출신은 아니지만, 카이칸의 후발 세대로 자신만의 세계를 정립한 텐더의 alumnus로 이 한 잔을 통해 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칵테일 암흑기의 시대를 거치며 칵테일은 술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청년이나 여성을 위한 물건이라는 인식이 두드러져서인지, 한국어로 칵테일과 남성성을 관련짓는 것은 내게도 낯설게 느껴지지만 김렛은 문학 속에서 남성성으로 꽃피운 칵테일이다. 김렛을 상징하는 필립 말로의 김렛은 너무나 유명하니, 이 글에는 헤밍웨이의 김렛을 실어보았다. 주인공 매코머는 남성성의 결여를 대표하는 인물로, 주스나 스쿼시과일즙에 탄산 음료를 섞은 음료를 요청하지만 남성성을 상징하는 그의 사냥 가이드 로버트는 대뜸 김렛을 청하고, 남성성을 가진 남자를 탐하는 프랜시스의 아내, 마고 또한 남편의 선택을 무시하고 로버트를 따라 김렛을 요청한다. 적어도 이 작품 속에서, 헤밍웨이의 행간에서는 낮에 김렛을 마시는 것은 남자다운 행위가 되는 것이다.

낮보다 밤이 가까운 시간대에 마신 이 김렛에 얼마나 남자다운 모습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김렛의 확실한 신맛과 진이 가진 훌륭한 쓴맛은 쉽고 빠르게 털어 넣기 위한 칵테일과는 궤를 달리하며, 그 본질은 진에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오스카의 김렛은 분명히 범-텐더계의 그것과 닮았지만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셰이크는 분명 다른 지점도 있다. 첫 한 잔에 그것을 완전히 알기는 어려웠지만, 생각건대 희석이 다소 적다는 느낌. 칵테일을 만드는 데 있어 단순히 물이 적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지만, 마치 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듯한 맛을 내는 것은, 특히 재료가 적은 칵테일에서는 행복의 필요조건이 된다. 선명한 신맛이 신선한 라임의 위대함을 노래하지만, 결국 라임을 맡으며 진을 마시는 자신을 목격하게 되었을 때 김렛은 완성된다.

하지만 나는 곧이어 피냐 콜라다를 마심으로서 헤밍웨이의 남성성에 대한 숭배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표시하였다. 약간의 너티함이 스치는 피냐 콜라다는 사워와는 또 다른, 지방이 들어가는 칵테일의 세계에서 셰이크 기술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걸작이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럭셔리한 바에서도 피냐 콜라다를 찾기 어려운 척박한 땅에서는 논할 바가 못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