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테이스팅 세션의 기억

버터 테이스팅 세션의 기억

그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버터의 맛을 내는 과자라면 어떤 버터를 사용하고 싶은가? 서양 과자를 굽는 사람이라면, 또 먹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다. 왜 같은 지방덩이 주제에 굽고 나면 이토록 다른가? 이러한 내 고민은 그동안 프랑스라는 무대에서만 맴돌았다(한 번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런 짓도 했다). 서로 다른 우유를 마구잡이로 섞는 대량 생산의 공산품부터 최소한의 품질을 목표로 삼는 PDO(AOC) 단위, 그 다음 보르디에와 르 퐁클레를 주축으로 한 아티장, 그리고 마을 내지 생산자 단위로 좁혀들어가는 버터 문화권의 끝없는 맥락에 빠져 어느 버터가 좋은 버터인가라는 질문을 어느 생산자가 좋은 생산자인가로 바꿔 생각하는 누를 범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먹게 된 것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일본 버터지만 내가 알던 일본의 고급 버터가 아닌 것만 같았다. 일본의 유제품이라면 보통 홋카이도를 떠올렸다. 프랑스에서도 버터의 명산지라고 하면 못해도 샤랑트-푸아투 AOC, 이즈니를 필두로 하는 노르망디 등 북부 지역이고 까다로운 사람들은 브르타뉴에서 황금을 찾아 헤맨다. 자연히 일본의 버터도 추운 지방이 강하지 않을까, 그런 통념을 깨뜨려줄 버터가 바로 규슈의 오무유업 버터였다.

좌측의 버터는 규슈의 오무유업의 발효 버터(JPY 1400), 우측은 일본에서 가장 큰 유업회사인 모리나가의 모리나가 버터(JPY 1300). 서울우유 버터가 450g KRW 8000~9000 내외로 비교해 비싼 편이지만, 수입 버터인 에쉬레의 일본 가격(250g JPY 3510)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색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리나가는 흰색에 가까운 살구빛(pale), 첫맛에는 약간의 단맛과 함께 지방의 느낌이 가장 먼저 다가오고 피니시 없이 여운이 짧게 끊어진다. 반면 오무의 버터는 진한 노란빛으로 이는 사료의 차이에서 기인하며, 팔레트에서는 지방에 앞서 젖산발효 특유의 톡 쏘는 신맛과 약간의 꽃향기가 길게 이어진다. 이러한 특징은 반죽을 굽고 나서 피어오르는 향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이외에 별도의 시간/장소에서 혼슈의 칼피스 버터까지 세 종의 버터를 맛보았는데, 칼피스는 두 종류보다 더 비싸지만(450g 2000 JPY 내외) 가깝다면 모리나가 쪽에 가깝다. 우유의 느낌을 더욱 강하게 남기고, 지방 느낌을 줄이되 유단백의 느낌을 살린 모양새다.

어떤 버터가 좋고 나쁘냐를 논할 수는 없다. 감상으로는 단순한 과자나 패스트리라면 가장 비싼 칼피스나 국산품과는 시작선을 달리하는 에쉬레보다도 오무유업의 버터가 빛날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다만 가공성이나 요리에서의 사용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다.

국산 버터에 대해서 이렇게 열정을 품어본 적이 없어 다소 황망하기도 했지만, 이런 나의 기억이 여러분에게도 자산이 되길 바라며 이렇게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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