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anco, HarperCollins, 2017
카푸토를 위시로한 피자 전용 밀가루, 목재를 쓰는 화덕, 단순한 재료의 합으로 나타나는 신선한 풍미.. 나폴리 피자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가치들이 추켜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최근까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피자를 태우지 말자라는 프로그램이 이탈리아 대표 방송국인 Rai에서 나온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또 다른 책을 이야기하게 되므로 잠시 접어두자.
하여간에 이탈리아와 미국 등지에서 나폴리식 피자, 피자 나폴레타나는 여전히 동적이고 논쟁적인 개념이다. 현대 미국식 피자의 유행으로 인해 그에 대비되는 존재로서 피자 나폴레타나를 바라보려는 시각들이 많지만 정확히 그것이 어떤 정신과 특징으로 표현되는가에 대해서는 단순한 정의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피자 나폴레타나의 인상을 형성한 중요한 플레이어들은 존재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크리스 비앙코이다. 그의 피자는 왜 중요한가, 그리고 왜 널리 알려졌나?
「BIANCO」는 피제리아 비앙코의 거의 메뉴 전부를 담았다. 애초에 단 6종류의 피자를 수십년간 제공해온 곳이다. 이미 에드 리바인과의 인터뷰에서 "내 피자에는 비밀이 없다"고 밝혀온 그인 만큼, 수십년 전 미국을 뒤흔들었던 피자의 거의 전부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따라하기 위한 레시피 책이 아닌, 피제리아와 피자이올로들이 공유하는 영혼에 관한 책이다. 비앙코만의 피자가 만들어진 배경,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생각들, 그리고 그것을 10인치의 도우 위에서 펼쳐내는 방식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