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ue Bar, at Algonquin
어쨌거나 서양 글자를 만지고 사는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위한 BAR를 찾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당연히 블루 바였다. 개인적인 이유로 지금의 알곤킨에 투숙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월도프 아스토리아가 문을 닫은 지금 지금 햄릿 8세를 영접하는 기쁨과 블루 바에서의 한 잔이 있는 알곤킨의 1층은 뉴욕에서 가장 탐스러운 호텔 1층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만큼이나 클래식 칵테일의 입지가 쪼그라든 오늘날, 문학의 명소였던 블루 바는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 함께 쪼그라들었다. 작아졌을 뿐 아니라 그 푸른 빛마져 옅어져 이제는 그 이름은 명맥만이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알곤킨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자면, 이 호텔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도로시 파커를 필두로 특파원 한나 아렌트로 이후 널리 알려지는 「더 뉴 요커」의 창간자인 로스, 조지 코프먼, 마크 코넬리 등 브로드웨이, 헐리우드에서 극문학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비평그룹 알곤킨 라운드 테이블의 본거지라고 하겠다. 유명세만큼이나 악명도 높았던 이들이지만, 현대 독문학이 「심플리치시무스」나 「티타닉」에서 꽃을 피운 것처럼 라운드 테이블의 악독한 유머감각 역시 브로드웨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복제품으로나마 남아있는 실제 테이블은 바가 아닌 식사 자리에 쓰이고 있다고 하지만, 문학의 정취는 식사보다는 바의 칵테일에 남아있다.
브루클린의 뉴욕 증류소(이름이 뉴욕이다)에서 헌정한 도로시 파커 진으로 만든 레디메이드 칵테일 「도로시 파커」는 20세기 미국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칵테일이다. 맛보다는 스토리로 승부하는 칵테일인데, 독특하게도 호텔 바텐더가 아닌 증류소 주인의 손길에서 탄생한 칵테일이다. 진을 사랑했던 도로시 파커에게 헌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증류한 진의 캐릭터를 강하게 강조하면서도 달콤한 시트러스 향을 충분히 덧댄 뒤 온 더 록으로 연출해 음용성을 살렸다. 다르게 말하면, 네그로니다. 좋은 네그로니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녀의 명성에 걸맞는 완성도는 아니다. 좋은 진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팔레트가 충분히 복잡하게 발달하지 못해 아주 잘 만든 칵테일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블루 바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 앞에 얼음만 남은 올드 패션드 글래스를 두고 있다. 도로시 파커 진을 썼기 때문에 도로시 파커라는 점은 다소 괘씸하지만, 그 유머감각을 좋아하는 누구나 한 잔쯤 마실 수 있도록 편한 칵테일로 만든 점에 대해서는 동의가 되는 지점도 있다. 천하의 독설가의 맛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달고, 너무나 편한 칵테일.
하지만 알곤킨에서 그런 것이 문제겠는가! 블러드 & 샌드가 이 탁자에 오르자 바 위에는 루돌프 발렌티노에 대한 이야기로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콜린스 글라스를 보스턴 한 쪽에 꽂아넣고 흔들어 만든, 정말 딱 그런 질감과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당연하게도 이 테이블에 앉은 그 누구도 루돌프 발렌티노의 시대에 살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대를 마시고 있다.
마티니쯤 되면 아무렴 좋았다. 믹싱 글래스에 엉망으로 채워넣은 얼음은 튕겨 나가고 1:3인데도 베르무트가 잘 다가오지 않는, 그런 마티니가 $22였지만 이곳은 알곤킨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된다. 비록 도로시 파커가 지었다는 유명한 마티니 절구는 타인의 창작으로 밝혀졌지만, 알곤킨에 있다보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진다.
이 블로그의 대부분은 어떻게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것이냐를 고민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때로는 주방 바깥에서도 조미료를 찾을 수 있다. 알곤킨의 칵테일은 극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천상의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Let’s Get Out of These Wet Clothes and Into a Dry Martini.
Robert Benchley,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