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 쌀 없는 김밥
데일리 픽스 건너편의 보슬보슬을 댓 차례 찾았다. 물론 이 가게만은 아닐 것이다. 밥이 없거나 의미 없는 정도의 비중을 가지게 된 김밥을 파는 곳 말이다. 일반적으로 가늘게 채썰듯 가공한 지단을 잔뜩 채우는 형태의 김밥은 교리김밥을 시초로 따지지만 교리김밥류의 달걀 김밥과 밥이 없는 키토 김밥은 탄수의 배제를 위한다는 기능적 요소를 얹음으로서 시류로부터 또 한 번 분리된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건강과의 관계를 따지기 전에 김밥의 변화에 대해 먼저 생각해본다. 줄어든 밥의 비중은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을 나타내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달걀 김밥만의 일은 아니다. 김밥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당근 따위를 가득 채운 김밥이 선행한 바 있다.
이런 김밥들은 분명 시각적 자극을 준다. 무언가 풍성하다는 느낌을 주고, 기존 김밥이 채워주지 못했던 욕망을 정말로 채워주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김밥이 하나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낀다. 바로 짠맛이다.
기존의 김밥은 달걀과 가공육(프레스햄)으로부터 짠맛을 얻어 왔다. 특히 가공육은 가난에서 온 흔적이지만 김밥이 요구하는 편리한 가공성과 짠맛, 일체가 되어 어울리는 질감까지 갖췄다. 삼겹살 김밥부터 돈까스 김밥 등 두꺼워진 지갑과 가난해진 영혼을 노린 변종들이 원본을 대체하지 못한 이유가 그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식생활에서 배제하고 싶은 존재이지만, 섣부른 대체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고봉민을 위시로 한 두꺼운 야채김밥, 그리고 상술한 달걀 김밥으로 넘어오며 요새 김밥의 무게추가 단맛으로 크게 이동했음을 느낀다. 일단 분량이 늘어난 달걀은 짠맛을 잃었다. 사실 이만큼 들어간 달걀 지단에 가염이 충분히 되어있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 엄청나게 짜질 것이다. 짠맛을 받아줄 밥의 부재 역시 더욱 드러나고 말 것이다. 결국 달걀이 맛을 비우고 나면 주를 이루는 것은 야채의 단맛이고, 경우에 따라 애초에 달걀 지단이 단 맛을 띌 때도 많다. 이제 김밥은 단 음식이 되는 것일까.
이 형태를 띈 유사한 음식들은 꾸준히 욕망을 대변해왔다. 커다래진 삼각김밥부터 무스비, 후토마키(아직도 후토마키 꼬다리 타령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까지. 그 스스로의 역할을 기억하는 김밥은 얼마나 남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