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피자 - 진짜 피자, 진짜 마리나라
다양한 레스토랑을 획일화하는 데 재미를 붙인 우리 문화의 칼날에 피자도 이제는 피할 곳이 없다. "화덕피자"라는 이름 하에 피자 만들기의 재미 또한 이제는 그 빛을 잃고 정형화의 길에 올라탔다. 관리의 편리성을 위해 화덕처럼 생긴 전기오븐을 쓰는 방향으로의 하방 추구의 방향성보다도 무서운건 종류의 다양성의 소멸이다. 모든 중식당에게 짜장 짬뽕 탕수육 볶음밥을, 모든 서양식 레스토랑에게 스테이크와 3대진미를 강요해온 군홧발이 "화덕피자" 집에 당도하여 짓밟은건 근본 없어 보이는 피자들이었다. 어딜 감히 고고한 나폴리 장인들 앞에서 피자를 만드는 즐거움을 추구하느냐! 마르게리타만이 진정한 피자의 근본이다! 싫으면 트러플이라도 뿌리시던가?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애초에 이런 전횡이 굉장히 요즘의 것이라는 사실을. 또 마르게리타라는 정의는 정치적인 발명이었다는 사실을.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면 역시 Antonio Pace 옹을 위시로 한 이탈리아 진짜 피자 협회AVPN-화난 비디오 피자 너드가 아니다에서 피자 나폴레타나 하면 마르게리타! 이 홍보를 열심히 했던 덕이 크다. 이제는 「Ugly Delicious」 덕에 선생님 이하 사단의 고집이 피자의 진리말씀이 아니라는 사실이 널리 퍼졌지만, 선생님의 비즈니스적으로 훌륭한 결정은 지구 반대편에서 이상한 오해를 만들었다;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이 적어도 여기에서는 피자의 발전을 저해해야 하는 걸림돌 된 것이다.
AVPN과 나폴리 지역 정부가 유럽 집행위원회를 통해 입법한 Commission Regulation 97/2010, 2010 O. J. (L 34/7) 는 이제 10년이 갓 지난 따끈한 규정일 뿐 아니라, Pizza D.O.C.의 정립 시도 또한 불과 30~40년 이전에 시작되었을 뿐이다. 물론, 이 규정은 그간 존재하고 있던 피자 제작의 관습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어 그 내용의 일부분은 존중할 만 하지만, 그간 절대적인 규칙으로 지지받아온 내용을 성문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물소젖으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는 널리 쓰이고 있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위 규정에서는 그 치즈만이 정통이라고 규정하는데, Enzo Coccia 선생님께서는 당시 그것이 어떤 비즈니스적 결정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부팔라를 쓰지 않았다면 가짜 나폴리 이런 식의 주장은 정말 엉터리라고 하겠다.
성문법마저 무시한다면 그럼 당신에게 진짜 피자라고 부르기 위한 요건에는 무엇이 있는가. 생각건대 진짜 나폴리 피자라는 무언가를 가능케 하는 것은 그 정신이라고 본다. 단순히 재료를 열심히 수입하고 항공으로 쏜다고 전부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 이국땅, 심지어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나폴리 피자를 만들 경우 그것이 나폴리에 절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사기라는 유력한 비판도 나왔다. 그렇다면 피자를 나폴레타노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향신료, "정신"이라는 놈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마르게리타가 1889년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레시피의 큰 틀은 18세기부터 정립된 것으로 이해되는데, 동시기 가장 널린 형식의 레시피로는 마리나라도 있다. AVPN 주장으로는 1734년 즈음부터 확인되는데, 피자의 탄생의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레시피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당연하게 여겨지는 흰 치즈마저도 올라가지 않은 채로 고귀한 분들께서는 절대 드시지 않는, 그러나 맛있는 재료들이 재주껏 올라간다. 신대륙에서 온 토마토, 지중해에 널린 앤쵸비, 드넓은 대지에 널브러져 있는 잎사귀들.. 20세기 중후반부터 그들의 신선함이 새 시대의 럭셔리로 대접받게 되었지만, 그 기원은 이 피자에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주문이 있은 후에야 마늘을 편으로 썰고 가시만 발라낸 날것의 멸치를 일본요리의 즈케를 하듯이 준비한다. 앤쵸비 마리나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멸치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 염장을 거치지 않았다. 레몬은 아예 직접 짜도록 이제 갈라졌을 뿐이다. 토마토를 바른 플랫브레드는 그 자체로도 거의 완성되어 보이지만, 이 간략한 토핑들은 마지막 "정신"을 완성한다. 흔히 탐닉의 목표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반도에서 가장 흔한 향신료인 마늘, 말할 필요도 없이 바다에서 가장 저렴한 생선 중 하나인 멸치가 반대 편 반도의 토마토와 오레가노 등을 만난다. 마늘은 두 살기 힘들었던 땅들을 이어주는 주선자가 되어준다. 그들이 충분히 존중받았을 때, 그들의 맛은 결코 그 여느 고귀한 재료들을 잊게 만든다. 우선 풍미가 적절히 베어든 빵과 감칠맛이 단단히 베어든 토마토, 씹기 전후로 밀려드는 고혹적인 마늘향, 그리고 그리운 풍미를 지닌 우리 바다의 멸치가 다시 토마토로 적신 빵을 감싸는 경험은 특별하다. 살을 직접 씹는 지중해의 방식에 따라 만든 피자 속에서 잘 우려낸 멸치국물을 떠올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 정신이란 흔하고, 가깝지만 훌륭한 것들이라면 기꺼이 맛보고, 또 그것을 가장 강렬한 상태로 먹기 위해 조금 더 귀찮게 살 용의를 기꺼이 내비치는 것에 있다. 카푸토의 "00" 밀가루를 쓰는지, D.O.P. 캄파냐 모차렐라나 모차렐라 STG 치즈를 쓰는지, 토마토가 산 마르자노종인지 로마종인지... 화덕은 몇도이고 꺼내는 시간은 언제인지. 이와 같은 것들도 어떤 피자들을 만드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결론적으로 왜 이런 짓거리들이 일어나는지를 관통해야 한다. 브렛 피자의 마리나라는 그것을 더 바랄 것 없는 정도로 소화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