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맥, 카카오S 스타우트
기록은 이것만 남기지만 미스터리의 임페리얼 스타우트(블랙 앤 블랙)를 비롯해 이런 류의 스타우트는 가격대를 불문하고 소규모 양조장들이 죄다 시도하는 종류의 맥주이므로 마실 만큼 마셔봤다. 기네스가 지어둔 견실한 수요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재료로 맛을 더하는 방식에 알려진 왕도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기도 편하고, 결정적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있어서 발군의 성능을 보이므로 양조의 양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면 자연스레 이끌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스타우트를 만드는게 과연 목표에 들어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게 이런 국산 스타우트들 전반의 문제이다. 플레이버 휠 따위를 통해 맥주의 향미 특징을 학습하고, 통상 거기에 어울린다는 페어링 재료를 끼워맞춘다. 카카오닙스, 커피, 바닐라, 오크 칩(예산이 있다면 바리끄를 쓴다)...
하지만 향이 어울린다는 것뿐 팔레트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한 경우가 많다. 후각적 맛은 분명히 혓바닥 신호를 뇌가 해석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것을 간과하면 때로는 달지 않은데도 지나치게 달게 느끼거나 반대로 쓰지 않아야 하는데 지나치게 쓰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사람의 뇌에 익숙한 부재료들을 사용하는 경우 자연스레 그 재료가 가진 팔레트의 특징 역시 기억에서 불러오게 되는데, 그것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뇌는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인다. 맛의 경험은 이어지기보다 단절되며 흥 역시 그렇게 된다.
물론 이런 종류의 맛내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양조사가 무가리츠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었다면 훨씬 선명하게 의도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겠지. 그러나 양조사도 안도니가 아니며, 딱히 의도가 그런데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스타우트 맥주가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쓰임새에도 쓰기 어려우며, 패스트리 스타우트 등 고유한 맥락을 형성한 맥주로서 즐거움도 없다. 결국 소량 생산의 맥주가 단지 구하기 어려움과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만 기억된다면, 대형 마트 납품용 제품은 그럴싸한 라벨만 기억에 남는다. 그것이 본질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