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H. - 2021년 12월 프로모션
오후 9시 영업제한으로 가장 심대한 타격을 입은 공간인 BAR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비평중에서 부정적인 부분은 언급이 불가능한데, 애초에 대낮에 영업하는 경우나 와서 마시는 경우 모두 서로 익숙한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나눌 이익이 있는 부분이 있기에 굳이 꺼내서 나눈다.
12월 초에는 "푸어드 바이 포 시즌스" 프로모션이 있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바들의 협업 행사였는데, 무엇이 좋네 나쁘네는 이미 지나간 칵테일이므로 의미가 없겠지만 하나 꼽자면 서울의 헤드 바텐더로 있다가 Caprice로 옮긴 로렌초 안티노리의 "다 홍 바오" 사워가 기억에 남는다(위 사진). 실제로 다홍파오를 썼는지, 단지 우이옌차중 하나를 썼는지 알 수 없었지만 우이옌차가 가진 특징을 잘 살려내면서도 사워 칵테일의 문법이 주는 팔레트의 즐거움이 고루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맛있었고 즐거웠기 때문에 좋았다고 끝내기는 어려웠는데, 엄밀하게 말해 레시피를 그대로 전수하지 못한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프렌치 보드카를 쓰는 레시피가 있었는데 국산 보드카로 대체한 경우가 있었다. 토끼 소주의 선비였는데 보드카라는 주류 자체가 믹서로서는 큰 단점을 드러내기 어렵지만 의도한 바를 완전히 경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연말 프로모션으로 나왔던 트러플 맨해튼, 에그녹은 위대한 완성도를 갖췄음에도 빠르게 행사가 끝나는 바람에 아쉬움이 컸다. 셰이커와 믹싱 글라스를 벗어나서 만드는 칵테일들인만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좋은 메뉴들이 정규 메뉴로 연착륙하지 못하고 행사로만 끝난다는 점에 대해 나는 짙은 아쉬움이 있다. 꾸준한 수요만 있다면 판매자 입장에서도 정규 메뉴로 내는게 결코 손해만은 아닐텐데, 정규 메뉴는 마이애미와 런던 이후로 더 이상 새로 나오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 정규 메뉴를 새로 짜기에는 위험이 많은 시기임을 이해하기에 기다릴 뿐이다.
마지막으로 "트로픽 모멘트"와 "르 코메디언"은 인스타그램 투표 결과로 반값 프로모션을 하는 정규 메뉴였는데 많이 무너졌음을 느꼈다. 기존에 존재하던 메뉴들이니 설계에 대해서는 따질게 없고, 르 코메디언을 보면 핵심이 되는 덕테이프 수급을 완전히 포기한 덕에 이제는 그냥 맨해튼처럼 보이게 되고 말았다. 역시 COVID-19로 인해 물류 문제가 모든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양해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하나 둘 타협하다보면 어디까지 뒷걸음질치게되는가 우려스럽다. 르 코메디언은 바로 그 덕테이프가 창작 의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다.
어려운 시기 잠깐 영업의 창이 열렸던 기간동안 레스토랑과의 협업부터 위 행사들까지 빠르게 많은 행사를 처리하면서 잠깐동안 희망을 보았던 12월이었다. 그간 찰스 H.에서 선보였던 메뉴들은 놀랍게도 COVID-19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을 정도의 완성도와 재치를 고루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지속되기에는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니 아쉬움은 반대로 더 커진다. 여전히 "마시는 재미"라는 주제를 두고 서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플레이어고, 2022년 포 시즌스 서울은 음료 비즈니스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