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mpage Chartogne-Taillet, 'Hors Serie' Blanc de Blancs Extra Brut, NV
두툼한 껍질과 잼과 같은 달콤함, 그리고 그 DNA를 떠올리게 해주는 산화의 뉘앙스. 앙셀름을 "와인의 아버지"라 부르는 그의 와인은 정말고 아버지를 닮고 싶었던 것일까.
1945년 이후로도 격동의 시대를 지난 한국에 비해 시대를 어지럽힌 당사자들의 나라에는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경우를 훨씬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결국 포괄적으로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하여도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며 세대별로 모습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셀로스라는 아버지를 모신다고 해도 셀로스의 정교한 모사품만을 꿈꿀 수는 없는 것이다. 샤르토뉴 타이예가 아니라 기욤 셀로스라고 해도.
이런 와인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고, 그 중에서는 셀로스를 떠올려가며 셀로스와 닮은 점을 찾는 것도 있을 것이다. 아비즈의 그다지 멀지 않은 밭, 분명한 산화 뉘앙스. 스스로도 셀로스를 마시는 착각 속에 빠질 수 있다면-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보다도 한 병이 가진 호흡에 빠져들고 싶었다. 샤르도네로 빚은 잼, 잘 익은 빵 향기와 그보다도 더 잘 익은 진짜 빵, 그리고 샹파뉴의 여름 공기, 다가오는 기차 시간, 아니, 놓쳐버린 기차 시간과 흘러가는 여유. 성당에 울리는 종소리.
위대한 NM 하우스들이 대부분 독일계 이민자들의 이름을 쓰고 있는데 반해-타이팅어(Taittinger), 뢰더러(Roederer), 크루그(Krug), 뭄(Mumm), 볼링어(Bollinger), 도츠(Deutz)는 물론 플로렌스-루이 하이트지크(Florens-Louis Heidsieck)의 후계 하우스들까지- 셀로스나 타이예와 같은 토속적인 성씨는 그 이름만큼이나 다른 와인을 빚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산화 스타일이 꼭 RM 하우스만의 것이라고는 할 수는 없고, 산화라는 키워드만으로 이 와인이 가진 힘을 전부 설명할 수도 없겠지만.
사람들은 샹파뉴, 샴페인을 두고 화려한 인생을 꿈꾸지만 비스듬하게 펼쳐진 포도밭과 낡을 대로 낡은 지하실을 오가다 보면 백일몽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낮의 샴페인만큼 인생을 즐기기에 좋은 것이 많지 않다는 것도, 어쩌면 어쩔 수 없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