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소믈리에가 되다, 그린쿡, 2018

고백컨대 이 책보다 상세한 치즈 교재는 무수히 많다. 재주가 좋다면 인터넷만을 이용해서도 치즈에 대해 참으로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독자에게 권하기 위해 빼어든 책이 바로 이 한 권이었다.

근래 스스로의 편리함에 기대어 지나치게 외국어 책들(그것도 일부는 절판된!)만 소개하여서 어깨가 무거웠다. 독자들과 더 쉽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이야기를 꽃피우기 나쁘지 않은 책은 없을까? 나도 한국어 책을 찾는데는 게으름이 있었던 것이다. 항상 비판에는 대안이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뭐든 빈곤한 서울이지만 아무렴 신토불이를 등에 업고 고급화에 도전하고 있는 식재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쇠고기다. 내수용이지만 지지는 확실하다. 해외에서는 장류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늘어간다. 채소들도 농가 수입 증진의 일환으로 지역 브랜드 육성이나 종자 개량에 나름대로 힘쓰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지하에 쳐박혀 한국이 마치 거대한 사막이나 극지와 같이 느껴지도록 하는 분야도 있는데, 그 중 으뜸이 유제품이고, 유제품 중에서는 치즈다. 요거트나 크림은 수입 기성품들이나 국산품 사이에서 제한적인 선택지가 있다면 치즈는 수입 기성품중에서도 한 두 가지 상표만이 선택 가능하다. 그나마도 종류부터 절망적이다. 외국인을 많이 받는 호텔에는 그나마 구색으로라도 가드망제가 갖추어져 있지만 치즈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소는 결코 아니다. 차라리 프랑스 정찬을 내는 곳보다 햄버거집에서 더 다양한 치즈를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치즈의 필요성부터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일전에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통해 멋진 치즈 요리 두 가지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천만 인구의 도시에 두 가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피제리아의 콰트로 포르마지와 햄버거집의 몬테레이 잭, 페퍼 잭 이외에도 치즈의 역할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치즈님께서 얼마나 대단한 맛이 나던간에 알지 못한다면 먹고 싶어지지도 않으니, 징검다리를 놓아줄 수 있다면 사람들의 치즈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치즈 소믈리에가 되다」는 이런 시각에서, 음료(특히 주류)와 치즈의 페어링을 통해서 이 문제를 풀어준다. 와인과 사케의 애호가들은 많이 만났으니까, 그들에게 치즈를 권해볼 요량이다. 좋은 치즈를 보는 법, 그리고 음료와 상황(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치즈를 선택하는 요령 등을 배우다 보면 썩 구미가 당긴다. 불행하게도 책에서 소개하는 치즈 중에 아예 구할 수 없는 종류들이 썩 있고, 일본의 프랑스 편애에 따라서 거의 프랑스 치즈 위주의 구성만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치즈의 가능성에 대해서 느끼기에는 과분하다. 심지어 이 책은 저자가 망인이 된 이후 번역되어 발매되었는데, 우리의 현실에 비추었을 때는 아직도 현역을 넘어서 미래형에 가깝다. 독자들이여, 부디 치즈를 사랑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