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élicatesserie Nina Métayer - ON/OFF
지난 여름, 파리의 방에서 많은 제과점을 들렀지만 가장 호기심이 컸던 것은 니나의 케이크였다. 운이 좋게도 이시레물리노의 샵을 방문하여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생산 시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너무나 밀린 나머지 기록해두었던 그날의 감상을 늦게나마 공유한다.
왼쪽은 바닥지가 살짝 떨어져 나갔지만, 롱벨(L'Ombelle). 바닐라와 엘더플라워, 그리고 여름 딸기. 오른쪽은 한껏 신맛을 뽐내는 타르트 오 시트론 머랭.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들고 오는 바람에 모양새가 한껏 빠져버렸지만, 니나의 케이크를 다루기에는 모자람 없는 경험이었다.
롱벨은 여름 마리 브리자드와 협업해서 만든, 요즈음의 니나라면 오른쪽의 타르트 오 시트롱은 비교적 오랜 시간 그녀의 쇼케이스를 지켜온 이전의 니나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과 이전, 이후냐고? 당연히 "세계 최고" 같은 수식어를 쓰는 호사가들의 언어에 포함되기 시작한 전후를 의미한다. 니나가 프랑스 제과업계에서 유명인으로 자리잡은 것은 일러도 피에주의 파티셰일 때, 늦어도 르 셰프의 상을 거머쥐었을 때부터다.
아몬드 크림을 넉넉히 펴발랐으면서도 껍질 느낌이 넉넉한 타르트 오 시트롱은 그림에서 보이듯이 머랭을 그을려댄 흔적이 거의 없는 대신 바닥과 크림의 이중 아몬드로 그 기억만을 남겼다. 사진에서는 대부분이 떨어져 나갔지만 약간의 라임 머랭들이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다시 올려야 했다, 슬프게도) 시트러스의 느낌이 강조되는 한편 과연 머랭 태우기의 의식은 오늘날 이 타르트 오 시트롱 머랭의 본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재주를 부려 공장에서도 그을리는 공정을 추가할 수야 있겠지만,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그를 ㅗ히피하고 있다. 단순하게 설탕을 약간 뿌려 높은 온도에 다시 한 번 지나간 정도의 옅은 갈색빛은 첫 입의 약한 단맛의 뉘앙스로 들이닥치는 레몬을 막아서지 않는다. 과연 타르트 오 시트롱은 마지막에 태워야만 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에 손을 들 수 있는 완성도에 특유의 흑설탕-단맛이 '니나스러움'을 보여준다.
반면 롱벨은 딸기와 엘더플라워, 딸기를 뒤덮는 단맛의 루바브와 뺑 드 젠느까지 소용돌이치는 전체 속에서 케이크 만들기라는 작업에 대한 고민을 남겼다. 첫 한 입의 파괴력이 좋은 음식이 작품의 진행에 따라 그 빛을 잃곤 하는데, 기분 좋은 바닐라향과 화사한 편에 속하는 엘더플라워에 딸기를 즐기기에는 존재들이 압도하고 그들만을 즐기기에는 다시 과육들이 잊히고 싶지 않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젤리에서 크림, 과육 그리고 단단한 바닥지로 펼쳐진 텍스처의 스펙트럼에서 어떤 화음을 선택했던 것일까. 차가 아닌 스위트 와인을 곁들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시레물리노에서는 번잡스러운 푸드코트에 입정해 있고, 파리의 매장은 번잡하기로는 이시레물리노를 초라하게 만드는 쁘렝땅에 위치한 덕에 델리카테세리는 니나의 실력과 매력을 만나보기에는 영 아닌 장소라고만 생각했고, 아주 틀린 추측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각과 주관을 만날 수 있는 맛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행보를 팔로업할 이유는 앞으로도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