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믹솔로지, 한스미디어, 2021
출판사에서 유관업무 종사자들에게 뿌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덕분에 웹상에 이미 서평이 많이 뿌려져 있겠거니. 그러나 최근 이 책 이야기를 전혀 들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이야기를 들은 김에 냅다 다시 꺼냈다.
감히 이 작은 책을 음료에 대한 「모더니스트 퀴진」이라고 해도 좋을까? 처음 완파한 이후 나의 감상이었다. 나는 칵테일 르네상스가 되었건, 긴자식 바텐딩이 되었건 간에 오늘날 바는 액체를 기반으로 한 요리에 집중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안도니 아두리츠나 페란 아드리아가 식탁 위 요리들의 경계를 무너뜨렸으나, 여전히 접시 위와 잔 안쪽의 구분은 견고해 보인다. 그리고 많은 요리사들이 잔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먹고 마신다"고 하지 않는가, 산업으로도 F&B로 부르지 않는가. 음료는 결코 천하지 않다.
그러나 음료의 많은 부분은 지나치게 이해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고 있다. 음료를 만들기까지의 무수한 공정들이 엄밀하지 않게 방치되어 왔다. 대량 제조와 유통이 수월하다는 기막힌 장점을 통해 DRC부터 코카 콜라까지 무수한 클래식들이 인류의 삶에 속속들이 박혔음에도 식당에서 음료는 천대받는다. 극단적으로는 웰치스에 라멘을 먹은 적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BAR는 음료에 대해 가장 진지한 공간이다. 일단 유통을 위한 형태에서 음료가 변화한다. 뒤섞이고, 차가워지고, 때로는 뜨거워진다. 치밀하게 따르고 철저하게 담는다. 주방이 열을 가하는 요리를 한다면 바는 열을 빼앗는 요리를 한다. 물론 오늘날 이러한 구분조차도 서서히 무너질 것임은 판연하다.
이 한 권으로 오늘날 칵테일을 둘러싼 현대 음료 시장의 다양한 논의는 쉽게 이해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까지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다. 모더니스트 퀴진이나 브레드도 그랬듯이 책 자체를 달여먹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접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분기점까지 되줄 수 있다. 각종 환상이 뒤덮고 있는 향락, 상류층이니 마피아니 하는 웃기지도 않는 마케팅이 알코올 시장의 지배질서지만, 환상보다 아름다운 현실이 있다. 바로 이 책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