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 Gâteaux et du Pain - 여름 제과

Des Gâteaux et du Pain - 여름 제과

여행길에서 케이크를 먹는다는 것은 의외로 제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없는 일일 때가 많다. 일단 한국인의 식습관에서 과자와 케이크가 낄 자리가 많지 않다. 간단히 먹는 식사는 물론 차려 먹는 저녁 외식의 자리에서도 후식이라 불리는 디저트의 자리는 좁다. 차라리 불완전한 식사를 연속으로 이억나는 2차와 3차의 문화가 더 공고하다고 할 것이다.

그 맥락 속에서 케이크가 설 곳은 오로지 간식의 맥락 뿐이다. 물론 특별한 여행-예컨대 허니문-이라면 기념물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 역시 식사 외적인 영역에서 겉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낮보다는 밤의 간식이 될 뿐.

결국 한국적인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나로서도 여행지에서 케이크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여행자일수록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 미덕인 이런 종류의 음식과는 더더욱 가까이 하기가 힘들다. 커피마저도 빠르게 마실 수 있는 형식을 선호하는 우리가 아닌가.

그럼에도 클라레 다몽의 케이크는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같은 것을 다시도 좋지만, 새로운 것이라면 더욱이. 그렇게 그녀의 매장을 찾았고 여름 딸기로 가득 찬(딸기의 계절에 대해서는 이 글 참조) 쇼케이스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자 고민했고 그 끝에 결국 이 작은 케이크 하나와 두 개의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생과부터 당절임, 딸기 무스, 딸기 크림.. 딸기와 설탕으로 단색화마냥 그려낸 '아도르'는 딸기의 신맛을 유일한 색으로 질감을 통해 단맛과의 간격을 조절하며 미묘한 딸기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었다. 딸기가 화사하게 빛나는 속에서도 그 여백이 되는 존재, 바로 잘 구운 아몬드 바닥지에게 감동을 받았다.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이 생겼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고도 바닥까지 함께 먹어야 그림의 전부가 보인다. 딸기의 매력은 그 전부에 있다. 향과 단맛은 물론 신맛까지도.

반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질감과 발향력 모두에 있어서 결국 태산같은 벽, 유명 공산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섭씨 영하 18도로 냉동 보관하는 아이스크림의 질감에 대한 대비도 잘 되어있지 않았고, 바닐라의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특별함을 만드는 파티셰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장미와 피스타치오로 그려낸 "샤자데" 갸또를 콘셉트로 잡은 이 아이스크림은 공산품의 벽을 넘어 위대함의 편린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조합의 아이스크림을 더 마틴에서도 꾸준히 내고 있지만, 피스타치오의 집중도가 좋으면서도 피스타치오에 몰두하지 않고 원본 샤자데의 장미 크림의 화사함이 전반적으로 피어올라 쾌락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피스타치오가 들어가다 보니 질감 자체도 좀더 뭉치는 느낌으로 경험에 유의미한 차이를 준다.

클라레 다몽은 유행을 이끌어가는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감각을 선사한다. 랜드마크를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이런 케이크 한 조각에 오후를 보내버리는 시간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 같이 보기

https://www.dinesser.com/des-gateaux-et-du-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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