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티스트 - 진짜 사바랭
서울 바바 그 여섯 번째는 바바가 아닌 사바랭이다. 몰드의 모양 정도를 제외하면 오늘날 럼레즌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니 크게 같은 이야기로 묶을 수 있겠다. 결국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이용한, 이 독특한 빵 반죽의 질감을 즐기는 디저트다. 빵이지만 충분히 적셔 전체가 케이크와 같은 단맛을 지니고, 얹은 크림이나 과일 등과 어울려야 한다.
디저티스트의 사바랭은 이 디저트의 독특한 성질에 주목했다. 아니제트를 떠올리게 하는 중국풍의 향신료가 파인애플과, 풍성한 크림이 지닌 비단같은 숨결의 단맛과 리큐르의 진득한 단맛은 반죽과 호흡한다. 열대과일로 빚어진 여름 디저트를 먹는 것 같으면서도 고칼로리 그 자체인 바바-사바랭의 정체성이 주는 행복을 잊지 않은 가운데 먹는 재미는 리큐르에 있다. 빵 반죽을 씹을 때 입안 전체로 마치 과즙이 퍼지듯이 적셔지는 그 독특한 뉘앙스는 느껴보는 것 이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오직 나를 위해서 만든다면 처음부터 리큐르에 담뿍 적셔냈겠지만 현실과 마주한 공간에서는 그런 오타쿠스러운 마인드보다는 리큐르를 조절할 수 있는 배려가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