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aine Moingeon André et Fils, Saint-Aubin 1er Cru "Vielle Vignes", 2017

Domaine Moingeon André et Fils, Saint-Aubin 1er Cru "Vielle Vignes", 2017

샤샤뉴/풀리니 몽라셰와 인접한 프리미에 크뤼 밭인 생또방은 영미권의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가난한 자의 몽라셰" 느낌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 곳에서 샤르도네가 아닌 피노 누아를 잡았으니 사실은 실패하기를 기대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와인 평론가가 아닌 식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음료의 선택에서 몇가지 전형적인 사항을 고민하게 된다. 첫째는 역시 중요한 음식과 음료와의 짝짓기, 전문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레스토랑에서는 당연히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지만, 음식과 잔 와인을 일일히 맞춰내는 서비스는 매우 현대적이고 낯선 일이며, 사실 지나치게 세분화하여 제안하는 페어링은-오히려 사실 아무런 근거가 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것은 차라리 현명한 영업 수단이라 부르는 것이 더욱 적절할 때도 있다. 맞춘다고 해도 어떻게 맞출 것인가도 문제이다. 첫째로는 가장 낡고 전형적인 방법인 색의 짝짓기로, 붉은 요리에는 레드, 흰 요리에는 화이트를 맞추는 방법으로 전형적인 서양 요리와 전형적인 와인에 통한다. 다음으로는 무게에 맞추는 방법으로 가벼운 음식에는 가벼운 무게감을 지닌 경쾌하고 젊은 와인으로, 무거운 요리일수록 오크나 타닌이 강하게 강조된 와인으로 옮겨나는 식으로 서사의 결을 맞춘다. 하지만 주로 육고기의 붉은 빛이 딱히 와인의 안토시아닌과 같은 이유로 붉은 것도 아니며, 밀도감이 있는 와인이라고 해서 맛이 진한 음식과 충돌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관행을 황금률로 삼을 수는 없다. 결국 전반적으로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가격 대비 스스로의 퍼포먼스가 괜찮은 것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전형에서 벗어난 것이 우선 순위에 오를 때가 많다. 전형적인 것에는 확실한 수요가 있고, 결국 가격이 좋기 어려우니까.

이 날의 음식은 향이 강한 내장 따위를 쓴 것이 썩 섞여있었지만 리덕션이 심한 소스를 쓰지는 않았으므로 전형적인 보르도나 집중도 높은 와인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생또방의 피노 누아는 적당히 통했다. 기대보다도 조금 더 묽은 질감이 약간은 아쉬웠지만, 검은 과실보다는 가벼운 붉은 과실과 약간의 오크 느낌.

어쨌거나 부르고뉴의 프리미에 크뤼를 두고 가격이니 마이너니 운운하는 것은 우습지만서도, 항상 와인을 마주하면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맛이 아닌 유명세와 높은 가격을 동경하고 있지는 않은가? 차라리 그렇다면 솔직하게 될 일이다. 재물을 탐하는 인간의 본성을 부정할 자 있겠는가? 하지만 그 부르고뉴 속에서도 이정도면 그런 욕망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이 와인은 그런 위로를 받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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