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부각 - Notorious B.I.G.

돈부각의 등심, 한 번은 적고 두 번은 많은 양배추, 펩시 제로 라임. 돈부각의 점심식사는 나의 의식이 되었다.

종단면적을 확장하고 연육작용을 얻는 공정을 대폭 덜어내는 대신 조리 온도와 시간의 조절을 통해 반죽을 통한 내면의 촉촉함 유지라는 새로운 목표를 얻은 두꺼운 스타일의 현대적 돈가스는 튀김이라는 조리방식의 조명을 다시 그 심부로 옮겨온다. 튀김에 대해 몇 가지를 생각해 보라. 하나는 무엇보다도 기름. 종류에 따라 향이나 끓는점도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물보다는 끓는점이 넉넉하게 높아 재료를 고온에 조리하기에 적합하고 결과물에 지방을 더해준다. 높은 온도 덕에 겉부분의 바삭한 질감에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한 감칠맛도 담아낼 수 있으니 팔방미인같은 조리법이지만 끔찍하게 귀찮은 뒷처리와 튀김기라는 도구의 필요성 때문에 여러모로 튀김은 외주에 어울리는 조리법이다. 탕수육, 프라이드 치킨, 돈가스 등 많은 튀김 요리들이 한국인의 식문화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지만 딥 프라잉 스타일, 가장 좁은 의미의 튀김은 가정의 주방에는 자리잡지 못했다. 우리의 주방에서는 부침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한 넓은 의미의 튀김인 전이나 부침개가 특별한 반찬이나 안주로 자리를 잡은 정도이며, 에어프라이어의 유행을 타고 냉동 튀김류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넓혀오긴 했지만 이 역시 기름에 담그는 과정을 공장에서 미리 처리해 준 덕분으로-결국 뜨거운 기름에 반죽을 입혀 담그는 진정한 의미의 튀김은 여전히 철저한 외식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물론 도시 사람의 생활에 따라 외식이 원칙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외식의 선택지 또한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개별적인 외식 요리에게는 일정한 예외성을 기대하게 된다. 특정한 요리를 위해서 갖추어진 장비와 그 요리만 해온 전문가의 실력 외에도 또 다른 외식 장소에서와는 다른 경험이 존재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그것이 돈가스라는 요리에 있어서는 두터움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두꺼운 고기의 단면은 직관적인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 외에도 유사한 질감과 조리 상태를 가진 요리와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는데, 예컨대 나는 잘 삶은 수육을 떠올리지만 김치와 쌈채소와 어울리도록 저며내는 수육과 달리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로 잘라넣게 되는 돈가스는 살짝의 저항감이 질감의 즐거움을 전달하며, 튀김 조리로 얻은 표면의 바삭함과 노릇한 고소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베어무는 형식을 생각하면 정육면체에 가깝게 절단한 등심을 먹게 되는 것과 같은데, 튀김옷이 커버하는 면적이 큰 귀퉁이 부분은 겨자를 섞어넣은 소스와, 고기 부분이 넓은 가운데 부분은 소금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돈부각의 요리는 일상성과 예외성 사이의 절묘한 줄다리기를 훌륭하게 보여준다.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이곳에만 있는 것은 없다. 전문가용 빵가루와 여느 국산 돼지의 등심. 튀김옷 아래에는 소금과 후추의 전형적인 밑간. 튀김기를 피로하게 하지 않는 여유로운 조리 시간 관리와 올바른 레스팅, 뻔한 맛의 오뚜기 겨자와 약간 매콤한 맛이 서린 된장국, 여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익숙한 소스에 겨자는 조금 넉넉하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모아 보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느낌이 만들어진다. 즐거운 착각, 혹은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