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A Peach: A Memoir, Clarkson Potter, 2020
어떻게 말해야 사람들이 실제로 이 책을 읽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진 고민이었다. 데이비드 창의 요리 세계부터 인간 내면까지 모든 부분이 우리 사회에 더 알려져야 해. 단순히 한국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않는 한국계라는 사실만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아니다.
먼저, 내가 생각해 둔 별로 안좋은 방법을 소개해보자. 데이비드 창이 누구인가? 많은 어린 요리사들의 꿈이 되어야 할 인물이다. 부모는 한국인이고 한국의 가정에서 자랐고, 요리와 무관한 대학을 나온 늦깎이 요리사다. 전형적인 요리학교를 나와서 프랑스 요리로 시작했으나 자신만의 요리를 시작해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어지간한 상들은 다 받았다. 그의 "오마카세" 레스토랑인 「Ko」는 2009년부터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고 있으며, 「Ko」와 「Ssäm bar」는 산 펠레그리노 월즈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각각 세 번, 네 번 선정되었다. 그의 품안에는 무수히 많은 제임스 비어드 재단 상이 있고, 르네 레드제피와 함께 "요리의 신"으로 소개되는 인물이다.
다음으로는 조금 안좋은 방법. 그는 라멘의 매력을 세계에 알린 셰프고 뉴욕을 넘어 미국에서 아시아 요리가 현재의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런 쓸모없는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건 자라건 아니면 현재 한국에서 무언가를 먹고 살아갈 뿐이건 간에, 어떤 연관을 가지고 계시다면, 데이비드 창이라는 인간 자체를 여러분이 꼭 느껴보시길 바란다. 「Eat A Peach」는 그러한 대서사시에 방점을 찍는 회고록에 불과하니, 이 책만을 추천할 수는 없다. 「뉴욕의 맛 모모푸쿠(이용재 역)」부터 「The Dave Chang Show」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만큼 여러분이 보고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다.
대체 왜.
데이비드 창은 이렇게 소개한 것처럼 완벽한 인물이 절대 아니다. 절대로.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데이비드 창이 미국에서 해온 지난 약 이십여 년의 요리사는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데이브는 요리를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되돌려놓았다. 무슨 말인가. 당시 미국의 식문화가 처해있던 무수한 위기들을 기회로 바꿨다. 무수히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과 한인 방문자들이 "차이나타운에 비하면 황당할 정도로 비싸면서 조금 이상하고, 일본 현지에 비해서는 열등"하다고 묘사한 그의 요리 덕에 무수히 많은 소수 인종, 하위 문화의 요리가 싸구려의 족쇄에서 벗어났다. 아시아 요리에 대해 전혀 모르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 뉴욕의 요리 비평을 바꿔놓았다. 본토인 한국 땅에서도 철저하게 천대받고 흉한 모습으로만 존속하던 한식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한국 정치인들이 처절하게도 실패하고 망쳐놓은 그 일이 가장 위대한 모습으로 시작한 곳이 뉴욕이다. 서울에서 가장 사랑받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중 한 곳인 모수를 떠올려보라. 모수는 베누의 후손이다. 베누? 코리 리의 세 스승은 토마스 켈러, 알버트 아드리아 그리고 데이비드 창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던 한식'의 지평은 사실상 그가 만든 것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데이브가 이룬 무수한 업적에 단지 감사하기 위해서, 기부의 의미로 이 책을 구매하고 말아야 하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여러분이 현재 즐기고 있는 구독 서비스로도 데이브의 사고의 일면을 느낄 수 있다. 「어글리 딜리셔스」로 달려가라. 이 쇼는 데이브의 극히 일면을 보여줄 뿐이지만 그가 요리에 대해서 얼마나 열려있고, 또 진지한지 짐작케 한다. 이것이 모모푸쿠의 영혼과 같기도 하다.
데이브를 향한 모든 부정적인 의견이나 공격의 존재를 이해하며 일부는 동의도 한다. 그는 전형적인 올드스쿨 셰프로 주방에서 고함을 지르는 나쁜 성격의 소유자였고, 한국계면서 일본 요리를(이건 한국인들에게 특히 비난 요소다) 하며 백인들과 어울리는 트윙키 취급을 받는다. 그의 레스토랑 체인이 전부 성공적이지는 않으며, 심지어 어떤 곳은 나쁜 리뷰 끝에 올해 문을 닫았다. 그는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고 아내를 때때로 실망시킨다. 살찌고, 술 취하는, 예전에는 담배도 태웠던, 대마초를 피우는 셰프다.
이러한 모든 하나 하나는 지워지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모두가 모여 하나의 위대한 인간일 뿐이다. 나는 숭배할 요리사를 찾는 이들에게는 데이브에 대해, 미국의 요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예약이 불가능한 스시 카운터를 찾으라. 데이브는 진정 요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인물이다. 예술이 뭔데, 바로 사람들의 삶과 생각, 태도를 변화시키는게 예술이다. 데이브는 전적으로 그러한 방면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이다.
그동안의 많은 그의 작업들이 주방의 바깥, 즉 고객에게 제공되는 요리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꿨다면 「Eat A Peach」는 인간의 세계, 주방과 셰프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현대 요리사가 처한 숱한 위기들과 데이비드 창의 개인적 실패가 가감없이 책에 드러난다. 「모모푸쿠」는 에스코피에가 정립한 주방의 군대식 서열제도를 해체하기 위해 도전했고, DC가 스스로 "Fuck-you attitude"라고 표현하는 특유의 바이브를 통해 쿡과 서비스 직원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레스토랑이다. 또한 사내 메일을 통해 셰프와 직원들이 밤새 논쟁을 벌이면서도 동거동락하는 문화가 있었고 "더 후"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통해 레스토랑 특유의 문화에 고객까지 동참시킨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데이비드 창은 아끼던 제자가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하는 것을 보았고 몇 년 전에는 앤소니 부어뎅을 잃었다. 그는 양극성 장애와 우울증, 자살충동으로 얼룩져있고 지금도 트위터에서 그가 논쟁하고 후회하며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모푸쿠와 데이비드 창은 현재 레스토랑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 데이브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그는 답을 턱 하고 제시해줄 수 있는 인물이 전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답을 찾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위대한 인간이다. 적어도 그는 요리가 이 사회에서 사랑을 나누는 위대한 역할부터, 사회를 병들게 하는 역병까지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나섰다.
셰프를 꿈꾸고 있거나, 외식업계의 내부의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보아야 한다. 책 말미에 '셰프가 되기 위한 33가지 규칙'같이 여러분이 바로 원하던 것이 있다는 건 내 팁이다. 물론 이건 이 책에서 가장 사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데이브 창은 평생을 한국과 미국, 각 문화의 어두운 면과 싸워왔고, 무수히 많은 어둠을 몰아낸 인물이다. "한식은 그렇게 하면 안돼" "한국인은 그러면 안돼"라고 가르치던 이들을 몰아내고 미국에 동아시아 요리의 금자탑을 쌓았으며, 박은조 셰프의 '가위'와 같이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건강하지 못한 주방 문화에 대해서도 가장 솔직하게 말하고, 셰프로서 자신의 잘못을 누누히 고백함으로서 앞으로 셰프가 될 이들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반자가 되줄 것이다.
나와 같이 공개적으로 타인의 요리에 대해서, 또는 식문화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보아야 한다. 그의 레스토랑의 성공과 실패, 뉴욕의 식문화의 변화의 상은 셰프들과 비평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과 같다. 그는 철저히 요리사의 입장이지만 결코 비평가들을 짓뭉개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는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 수준으로만 논할 줄 아는 이들은 무시한다. 그러나 좋은 비평가들,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깊게 이해하고 있음과 동시에 음식에 대해서도 뼈아픈 진실을 말하는 비평가들을 존경하고 두려워한다. 그의 인생 파트너인 피터 미한부터 뉴욕 타임즈의 거인, 피트 웰스에 이르기까지. 물론 우리는 거기에 고민 하나를 더할 수 있다. 피터 미한은 직장 내 갑질 문제로 최근 LA 타임즈에서 잘리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모두 닫고 잠적했으니, 데이브는 이 문제에 대해 NDA를 언급함으로서 적지 않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과거 식문화의 인종과 문화적 차별과 싸웠고 앞으로는 성차별, 그리고 보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공격적인 주방 문화와도 싸워야 한다. 그에 앞서 그가 느끼는 책임감과 부끄러움이 담긴 책이 「Eat A Peach」다. 감히 요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에스코피에의 서열도를 외우라는게 아니고, 주방 문화가 무엇이고 어때야 하는지 우리는 알아야 하고 말해야 한다. 데이비드 창은 그야말로 미디어를 영리하게 이용해온 셰프이다. 그가 출연한 모든 미디어는 단순한 돈벌이로 끝나지 않고, 요리 문화의 발전에 공헌했다. 그 스스로가 미디어를 그렇게 이용하기로 결심했고, 모모푸쿠의 직원들을 버리고 홀로 스타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덕분이다. 「Lucky Peach」가 왜 이베이에서 몇 배는 비싼 리셀가에 거래되는지 아는가. 그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깨달은 요리의 철학을 현실에 옮겨왔고, 또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성장했다. 「어글리 딜리셔스」는 단순히 데이브가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을 반복하는 유치한 쇼가 아니다. 그 스스로도 감히 닿지 않아본 요리의 세계들을 시청자와 함께 찾아다녔고, 그 일부를 재밌게 편집해서 우리에게 편한 형태로 제공해줄 뿐이다. 그는 그 이상으로 배우고 또 새로운 요리를 한다. 4편으로 끝난 두 번째 시즌의 첫 에피소드가 아이들을 위한 요리였던걸 기억하고 있는가. 갓 젖을 뗀 아이들을 위한 요리부터 단체급식까지, 단순히 이 쇼는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는 푸드 포르노가 아니다. 일정부분 그렇지만 최대한 덜 그러려고 노력한다. 데이브의 요리와 삶도 그렇다. 상업 예술로서 요리사는 현실과 마주한다. 레스토랑 경영자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 사이에서 데이브는 인간으로서 살아남고자 악착같이 노력했고 지금 우리는 그 혜택 아래 산다.
비난은 쉽다. 데이브를 비판해도 좋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 모든 한국 음식의 미래를 위해 그를 놓쳐서는 안된다. 마침 이런 위대한 인물이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서 이런 위대한 인생을 살아주었다. 어떻게 이 기회를 놓치겠는가. 절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