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철학, 헬스레터, 2021
버팔로 윙의 바로 그 버팔로시의 버팔로 대학의 코스마이어 선생이 집필한 「Making Sense of Taste」의 역서가 무려 20년의 세월을 뚫고 출간되었다. 코스마이어 선생님의 연구에 대한 배경이 소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미니즘과 맛"같은 부제로 어떻게 팔아보려는 포장까지 덮었으니 가히 출간의 배경이 궁금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저서 내에 간략하게나마 소개가 되어있는데, 목표한 바를 이루었냐고 하면 아니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근래 이런 부류의 책을 팔아줄 미식가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와 레스토랑, 셰프를 어떻게 침이 마르게 칭찬할지에 관한 것이지 미각의 위계 따위가 아님에도 본서는 그런 내용에 대한 할애가 없다. 애초에 번역서니까. 여기서 말하는 음식철학은 주로 특정한 음식보다는 감각으로서의 미각, 맛taste/Geschmack에 관한 사고이지, 왜 스시가 예술이고 대단한가 따위의 내용은 아니다.
서양사상사에서 어떻게 맛이라는 감각이 논해지고 또 은유로서 전용되었는지, 기존의 철학 학습자들에게는 흐릿하게나마 지나갔던 장면들을 정리하는 기분을 낼 수 있게 해준다. 분명히 서양의 사상에서 음식과 미각은 자주 등장한다. 존 로크의 파인애플 비유, 칸트의 미적 판단에 대한 맛 표현의 사용 등 교양 수준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들이 있는데 미각에 대해 사유하는 맥락으로 이어진 적은 적어, 본서와 같이 새삼스래 그러한 지점들을 지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와 둘러싼 사람들의 의도에 대해 낙관하지는 않는다. 코스마이어 선생의 후속작인 무엇이 "역겨움"으로 인식되는가에 대한, 미각을 벗어난 시청각 전반의 예술행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면-그것은 불행하게도 서점의 요리책들과 같은 칸을 공유할 수 없게 된다. 카운터 앞 중장년들과 사랑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재미없고, 육식이 현대사회의 모순의 근원임을 폭로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흐릿하다. 물론 그것이 유의미한 이야기기 때문에 누군가는 읽고 즐길 수 있고 또 논의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한글과 한국어를 이용해서 한반도의 공중에서 일어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출간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