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 Yeast Brewing - Tokyo White
지난 번 첫사랑이 이마트의 군계일학이었다면 파 이스트의 도쿄 화이트는 홈플러스의 돌연변이이다. 큰 틀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기는 한 신세계의 주류유통망과 달리 사모펀드 경영의 홈플러스는 전체적으로 중구난방으로 현장 직원들의 개성마저 느껴질 정도로 상태가 제각각인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인지 종종 뜬금없는 물건들을 발견하곤 한다. 매직 락의 맥주도 그 중 하나였고, 이번의 파 이스트의 맥주 역시 그랬다. 특정한 식당 이외에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던 제품이 갑자기 마트에 등장하다니?
추가적으로 당을 넣는 세종 특유의 공정 덕에 세종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맛이 탄생하는데, 외산 맥주이고 날짜가 썩 지났음에도 세종으로서 마시기에 하자가 없었다. 첫 맛에는 밀과 효모로부터 오는 달콤한 향에 더불어 홉의 쓴맛 역시 모자라지 않기에 구강을 꽉 채우는 듯 하면서도 잘게 흩어진 탄산과 산도에 힘입어 음식과도 자연스레 어울리는 편안함이 있다.
주로 맥주에게 강한 탄산, 그리고 신맛 없이 쓴맛-단맛 정도로 구성된 맥주가 익숙한 한국 시장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하겠지만, 세종 효모의 싱그러움과 신맛이 그리워지는 이맘때쯤 발견한다면 마시기에 그만인 맥주다. 문제는 이런 맥주는 마트에서 그다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