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다이사료우 긴자 후게츠도 - 2024년 겨울

도시와 무역이 발달하며 외식업이 산업이 된 역사는 길지만, 음식이 사먹는 것이 된 것은 인류의 그 어느 시대보다도 지금이 가장 번창한 듯 하다. 덕택에 몇몇 요리사는 대중예술가와 같은 지명도를 누리기도 하며, 그 거대한 산업에 기생하는 이런 사이트도 생겼다. 오랜 세월 동안 가진 자들의 여흥으로 역사를 쌓아올린 프랑스 요리도 시대의 흐름을 맞아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산업 측면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는 더 이상 요리사가 도제식으로 탄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그랑 셰프들이 개국한 여러 요리 학원과 제도화된 직업학교를 통해 양성되는 요리사 지망생들이 등장하면서 오트 퀴진의 지평은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한국의 이른바 파인 다이닝 역시도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 미국의 CIA 등의 사설 요리학원이 없었다면 어쩌면 전혀 다른 형태로, 또는 훨씬 늦게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이른바 젊은 셰프라는 존재이다. 장기간의 도제식 교육을 거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20대, 30대에도 셰프 드 퀴진을 자임하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시대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아래는 그 이야기 중 하나이다.

예약 전

겐다이사료우의 예약은 온라인 또는 전화로 가능하며, 별도의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

식사

겨울의 끝을 맛보는 감과 멧돼지의 콩소메, 따뜻한 콩소메를 연약한 잔에 담는 것이 다소 관행에 반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맛만을 생각하자면 좋은 시작이었다. 유려한 유질감에 살짝 감도는 감칠맛으로 태운 뼈를 무기로 삼는 프랑스식 액체 요리의 장점을 번듯하게 드러낸다.

매오징어(일명 ホタルイカ)는 봄을 빛내는 재료로 벚꽃이 일찍 개화한 일본이라도 다소 이르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가득 찬 내장을 함께 맛보는 특유의 즐거움은 살아 있었다. 직전에 굽듯이 완성하는데 지나치게 가녀리지만 역시 두족류라는 느낌을 주는 텍스처에 더해 아래에 깔아낸 소스로 짠맛을 당겨온 호흡이 좋았다.

이 비시수아즈는 특히 짚고 넘어갈 가치가 있었다. 순서를 생각하면 사실 오프비트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좋을 만큼의 완성도. 살짝 높은 점도와 기분 좋은 차가움, 그리고 가려져 있는 즐거움. 크림과 버터로만 그려낸 간단함의 위대함이었다.

지방을 적극적으로 써서 만든 파테 앙 크루트는 아직은 놀라움 없이 정직하고 소박하게 만들었다는 인상이어서, 포부를 생각하면 보수성보다는 나아가는 길을 향했으면 했지만..

맛이 연한 요리에 블랙 트러플을 부딪혀 오는 시도는 아래에 깐 소스를 통해 완성되는데, 균형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면 맛이 진한 재료를 쓰는 것이 통하는 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풀바디 와인과 그만큼 힘이 있는 요리가 몇 차례 부딪혔기 때문일까? 물론 고조되는 온도감 만큼은 좋았다. 점점 높아지며 다가오는 온도는 식사의 시계열 속에서 시간의 흐름 뿐 아니라 맥락을 쌓아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은 그랑 크뤼 밭의 와인을 저렴하게 파는 것으로 유명한 조르주 리니에. 부르고뉴의 연타는 심적으로는 만족감을 주지만 지적인 충격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한 맥락이 도착하게 되는 곳, 실은 토끼의 로얄을 원했지만 와카야마의 멧돼지로 합의(서플먼트로 약 4000엔 정도가 추가된 것으로 기억한다). 멧돼지는 일반 돼지와 비교하면 마치 양고기와 같이 지방에 특유의 풍미가 베어있지만, 여름철보다는 겨울의 진미로 알려져 있다. 이는 멧돼지의 삶을 따라가면 알 수 있는데, 가을철에 땅에 떨어진 열매를 잔뜩 먹으며 지방이 한껏 두툼해지고, 겨울철에는 식물 뿌리 등으로 연명하며 동물성 먹이의 뉘앙스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 겨울의 멧돼지를 완성한다고 이해한다. 지방이 많은 부분을 엄선하여 천천히 오래 익혀 만든 멧돼지의 시베는 리에브르 알라 로얄을 꿈꾸던 겨울철 나의 욕심을 거의 충족시켜 주었다. 살짝 모자란 지방은 포트 와인을 살짝 더해 익힌 푸아 그라와 트러플로 마치 로시니처럼 완성한, 궁극의 쾌락. 부르고뉴에 대한 사랑도 좋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결말이라면 좋은 보르도로 천추의 무게를 느껴보는 것도 좋았으리라.

디저트만큼은 디저트 와인이 아닌 자체 칵테일을 내는데, 후게츠도의 본업이 되는 오미야게를 위한 것일까.


총평: 젠다이사료우는 긴자 복판에 널린 작은 고급 레스토랑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실이 알차다는 점에서 어쩌면 차원이 다른 만족도를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와인 짝짓기에 있어 요리와 특별하게 어울리는 방식보다는 전형을 따르지만, 일본의 여유로운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올드 빈티지 부르고뉴와 고전적인 도구와 제법만을 사용한 옛방식의 요리의 합은 훌륭하다. 물론 진정한 옛 방식, 마담 브라지에나 무슈 푸앙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젊은 요리사의 꿈이라면 기다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사용하는 재료나 와인을 생각하면 아무리 공간이 자가 소유의 건물이고, 접객원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성비(코스-파-라고 굳이 불러보자)'가 좋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위대한 레스토랑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지만, 아무렴 젊은 요리사 아닌가. 아, 모두가 어린 것은 아니다. 조용히 프렙을 치는 실무자들의 손은, 오랜 경력으로 굳은 것을 벽 너머도 슬쩍 볼 수 있었다. 이 또한 도전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환경 아닌가.

이하 생략.

東京凮月堂銀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