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set, Grand Millésime, 2006

Gosset, Grand Millésime, 2006

원가가 비싼 음식을 맛보는 데서 지불한 비용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GIGO(Garbage In-Garbage Out)의 원칙과 같은 근거를 든다. 좋은 재료가 아닌 이상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식이다. 많은 요리사들도 미디어에 출연해 앞다투어 자신들이 다루는 재료의 위대함, 좋은 재료를 찾아내고 사용하는 데 대한 자부심을 쏟아낸다. 그것이 일본이나 중국식의 값비싸고 희귀한 재료에 대한 탐닉이 되었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떼루아 만능론이 되었건 말이다.

먹거리 중에서도 사람의 허영심을 자극하기로는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당연히 더욱 그래야 하겠지만, 사정이 정말 그러한가에는 의문이 있다. 좋은 샴페인을 만드는 하우스의 포도는 훌륭하겠지만 희소하지는 않다. 온갖 곳에서 재배된 포도가 뒤섞여 하나의 하우스에 쏟아진다. 품종 정도를 제외하면 흙인지 돌인지, 경사인지 평지인지 따지고 들기 어려울 정도로 섞인다. 물론 그렇지 않은 샴페인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과연 근래에 따지고 드는, 어디 무슨 농장에서 뜯어낸 풀이니 잡은 돼지니 하는 식의 가치판단과는 여전히 큰 거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훌륭한 샴페인에서 나는 사람들과 같은 가치, 바로 이 한 병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의 효용을 느낀다. 단지 그것이 포도밭의 농부에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아주 오래도록 진행된 쉬르리, 데고르주망 후에 다시 거친 병에서의 변화까지 시간과 인건비가 벽돌을 쌓아 올린 탑처럼 모여 하루의 즐거움을 빚어낸다. 어쩌면 빵이나 과자 향을 먼저 시작으로 피노 누아의 두터운 과실맛,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미라벨이 생각나는 그림은 바로 그 둘을 합친 과일 타르트가 왜 프랑스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전통의 방식이 되었는지를 떠올리게 해준다. 스파클링이기 전에 와인으로서 튼튼하게 완성된 모습은 현대적인 음료 시장의 가파른 발달 속도와 내리막을 걷고 있는 와인 시장의 모습이 교차되는 가운데에도 왜 오트 퀴진의 영역에서 현대적인 음료가 와인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물론 첫째로는 호스피탈리티의 표현이지만 단순히 소매가의 몇 곱절의 가격으로 판매하여 주머니를 털어가기 위함은 아니다. 곁들이는 음료 역시 주방에서 불이나 칼에 닿지 않았을 뿐 어엿한 완성된 요리로 제공되는 것이다. 어쩌면 오트 퀴진 레스토랑과 그렇지 않은 레스토랑을 식별하기 위한 기준으로 음료의 취급에서 완성된 요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러나는가 하는 점을 사용할 수 있지도 않을까. 천편일률적인 주류 목록을 가진 곳에서는 요리도 천편일률적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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