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키 - 생업과 상업
망원동에 위치한 헤키는 2019년에 방문한 이후 다시 찾은 적이 없는 곳이다. 정확히는 이런 종류의 돈까스 가게들을 거의 찾지 않았는데, 돈까스라는 요리의 호오에 앞서서 줄이 긴 식당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과 기대라는 조미료가 이미 잔뜩 쳐진 음식의 맛에 대해 논할 이익도 적고 스스로도 지친다.
폭우가 퍼붓는 날 사람이 없어 들어간 헤키는 과거와는 다른 식당이 되어있었다. 계피향이 나는 무, 요거트의 신맛이 나는 드레싱 등 큰 얼개는 그대로였지만 핵심이 되는 튀김은 완전히 다른 물건이었다. 초창기 사진 속 헤키의 튀김은 도쿄 X 등을 내세우는 일본의 유명점을 모방해 돼지 품종(YBD)을 내세웠지만 바싹하게 건조해진 튀김옷을 구현하지 못하고 무른 상태였다. 기껏해야 한 끝 차이인(결국 같은 사료를 먹고 농장의 면적은 드라마틱하게 차이나지 않는다) 고기 때문에 시간 등 비용을 치를 생각은 들지 않는 곳이었으므로 다음은 없었는데, 오늘날의 헤키는 모방의 흔적을 많이 걷어내고 나름의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바삭해야 할 부분은 바삭하고 부드러워야 할 부분은 부드러운 가운데 약간의 탄성이 있는데 적당한 정도여서 퀴진의 보급 10년이 넘어 간만에 거리에서 맛보는 과학 승리의 맛이었다.
다만 역시 초창기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종류 늘리기의 문법으로서 트러플 오일을 위시한 조미요소들은 여전히 이곳의 발목을 잡는다. 하나하나가 조금씩 다르기에 호기심은 자극할 수 있지만 어느 하나도 완벽한 만족을 선사하기 어렵다. 소금의 조미는 염지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소스 역시 꽉 차있다는 인상은 아니다. 가장 곤란한 것은 트러플 오일인데, 제품의 향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름을 털어내고 쟁반에 담은 튀김을 다시 기름에 찍는 모양이 썩 유쾌하지 않다. 트러플 향을 위해 반드시 야생 트러플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레젠테이션에서 분명 더 나은 방법은 있다. 로시니나 소스 페리구르딘과 같이 전형적인 레퍼런스들도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돈까스 소스에게도 그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와사비는 제외하더라도 소금과 트러플 오일, 돈까스 소스의 병렬은 분명 좋은 해답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곳의 성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곳의 요리는 본래 일상 바깥의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줄 서서 먹는 음식은 정서적으로 반드시 일상과는 달라야 한다. 기다린 값을 보상하는 데에는 추상적으로 다르다는 인상 역시 큰 역할을 한다. 맛이나 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 얻는 가치임을 떠올려보라. 뻔한 도시에서 뻔한 가치체계가 유통되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