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made Ramen 麦苗室町 - 일상의 극의

내추럴 와인의 유행을 두고 혀를 차는 몇몇 보르도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애초에 좋은 와인은 무엇을 넣지 않았고, 무엇을 쓰지 않았다고 자랑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만든다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다는 등, 그때에는 어련한 고향 사랑이겠거니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무첨가의 음식은 반대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석박사를 못믿네 하는 권위의 오류부터 '결국 라면'의 도로아미타불 미식 세계가 큰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무첨가, MSG 미사용 등을 내세우는 무기나에 역시 속하자면 사실 그런 비웃음을 당하는 쪽에 속한다. 그럼에도 무기나에의 라면은 타베로그 초고점이라는 왕관을 쓰고 있어 그 누구도 흠을 잡지 않고, 오히려 숭배받는다.

물론 나는 타베로그 점수를 좇지 않는다. 점수와 식사 전의 난이도가 대체로 비례하기 때문이다. 무기나에의 라멘은 몇 년 전에도 언급했을 만큼 사랑스럽지만, 갈 수 없는 곳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에 블로그에서 다루기는 커녕 여행객으로도 엄두를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기나에가 분점을 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는 무기나에의 라멘을 날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쓰이에서 운영하는 COREDO 무로마치 지하 식당가에 위치한 무기나에 무로마치는 무기나에의 영혼을 케이크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옵션이다.

무기나에의 라멘은 화려함은 없지만 반대로 빈 곳을 찾으라면 찾을 수 없는, 극한의 일상감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동물뼈 육수의 그리운 두께, 그리고 일본의 다시 문화가 내세우는 특유의 감칠맛, 간장과 어울리는 진한 향이 스프를 탐닉하게 만들고, 면은 가수율이 적당하면서도 밀향이 풍부해 씹을 이유를 건넨다. 살짝 얹어낸 생양파의 아린 느낌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무기나에가 위대한 이유는 음식의 단면만을 보면 스스로를 빛내고자 하는 동작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에 있다. 합리적이고 전형적이어서 누구나 노력과 열정을 쏟는다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요소가 모여 거산을 빚어낸다. 일상 속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음식, 우리로 치자면 뻔한 제육볶음, 뻔한 백반을 끝까지 밀어붙인 것. 양창수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끝까지 생각된' 한 그릇이다.

그리고 그 위대함은 정말 그 음식이 일상으로 내려오며 더더욱 완성되었다. 물론 무로마치 분점은 당연하게도 본점과 완전히 같은 음식을 내지 않는데, 일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그 모습이 나는 더더욱 마음에 든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제는 오전에 기장을 하고 오후에 줄을 서지 않아도 무기나에의 영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