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일본요리다(제3판), 여백미디어, 2002
절판된 책을 이야기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지금도 중고로 구할 수 있는 책이니 경험의 복제 자체는 가능해 보인다. 개인 거래, 중고책시장을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내가 본 것은 3판, 즉 두 번 개정을 거친 것이다. 이 책이 언제 마지막까지 개정되었는지는 모른다만, 2001년에 3판을 찍었으므로 썩 오래된 책인 셈이다. 아직 당시 신라호텔의 조리장들이 「키요타」로 연수를 떠나지 않은 시절에 완성된 책이기 때문에 저자 약력에는 「오쿠라 호텔」의 일식당과 삿포로의 「스시 젠」이 언급되고 있다.
이런 옛날 책을 들춰보자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좋은 책을 찾아서 소개한다'는 일념으로 한국어로 출간된 여러 일식 관련 도서를 보았다. 곧 로산진에 대한 책도 소개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내가 지금 느끼는 갈증을 해소하고 있지 않았다. 일본 요리의 영혼, 아니면 한국에서 일식을 하고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고찰이 부족해 보였다. 대표적인게 츠지조리전문학교의 교재다. 잘 나온 요리책이지만 남들과 나눠서 읽을 재미가 없다.
「이것이 일본요리다」가 단연 눈에 띄는 지점은 단연 세심함이다. 일본에서 배우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웠을 보석같은 요소들이 숨어있다. 망치고등어에 대한 인식이 없던 시절 여름의 고마사바를 언급하며 생선 보는 법을 가르치고(책에서는 '참깨고등어'로 표기한다.) 회석 요리에서 음식을 놓는 방향, 왜 스시에는 옥로가 아닌 차를 내는지 등등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울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2020년에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요리 세계의 넓이 때문이다. 일본 요리의 '사,시,스,세,소'니 간장과 식초를 다루는 방법이니 하는 것은 이제 전국에 많아진 좋은 초밥 요리사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다 배운 내용이다. 그러나 본서는 여전히 이 나라의 거의 모든 일식이 주저하고 기피하고 있는, 일식의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야채를 올려 쥐는 기초적인 단계의 창작 스시와 같이 아이디어로서의 요리들이 제안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먹는 생선 요리, 한국식으로 변형된 일식을 진지하게 레시피로 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흔히 횟집에서 내는 쌈장을 하나의 요리로 존중하고 진지하게 도전해본 적이 있는가. 고추가루 팍팍 넣은 무조림과 매운탕용 양념과 같은 것들을 일식당에서 낼 수 있는 요리로 존중하는 유일한 책이다.
당연하게도, 완성된 경전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십 년이 지난 지금 이 책보다도 좋은 자세로 일식을 대하는 요리를 별로 본 적이 없다. 「스시 효」야 나도 안 간지가 몇 년이 되었다. 이 책이 좋기 때문에 그 식당이 좋을 리는 없다. 이십 년이 지났다. 애초에 일식이 국내에 들어오는 방식부터 맘에 들지 않으니 여전히 신라 호텔은 「오쿠라 호텔」의 그림자, 이제는 그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알다가도 모를 사업이 되었다는 기분도 든다. 그렇지만 이 책만큼은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쨌거나 고급 서비스'라는 명찰을 달고, 일본의 고급을 그대로 가져온다는 사명을 안고서 수십년간 분투한 90년대 신라호텔 주방의 정수가 녹아있다. 그들은 모두 살기 위해 요리를 시작한 사람들이었고, 절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요리했기에 그다지 교훈이 없는 요리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발전적으로 계승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적어도 이병철 회장이 설정한 가치체계로부터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 책을, 그의 요리를 넘어서야 한다.
국내 서적이므로 굳이 리셀가나 좋지 않은 상태 등으로부터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서울시립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