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 베테랑식 칼국수
학교 앞 분식집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분식집의 분(粉)은 떡볶이 정도가 남았을 뿐, 칼국수는 직장인들의 음식이 된 듯 하다. 기차역의 명물이었던 가락국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베테랑 칼국수는 한때 호남선 버스터미널을 빛내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마찰 아닌 마찰로 인해 베테랑은 롯데를 새 파트너로 낙점했는데, 그러다보니 백화점이라는 조금은 다른 환경에 위치하게 되었다. 백화점 식당가를 두고 따지고 들 일인가. 이 칼국수는 그럴 가치가 있다.
베테랑 칼국수는 사골을 바탕으로 하는 경상도식도, 멸치 육수 바탕에 바지락을 삶는 서해안식도 아닌 독보적인 스타일이다. 채수를 바탕으로 깨와 계란으로 맞추는 방식이다.
아주 정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는 이유가 있는 맛이라고 생각했다. 조미의 방법은 투박하지만, 나날이 커져만 가는 라멘의 차슈나 흔적처럼 남은 바지락 껍데기와 같은 시각적 신호 없이도 이 칼국수 한 그릇은 나름의 만족감을 준다. 빽빽히 들어찬 맛도 있지만, 절묘하게 잡힌 국물의 점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점도 있다. 달걀의 힘이리라.
이런 레퍼런스를 통해 한식이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칼국수를 베끼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슷하게 내봤자 가짜일 뿐 아닌가. 하지만 야심 있는 요리사라면 그 조미의 아이디어를 훔칠 수 있다. 깨와 고추가루의 맛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계란을 푼 국물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