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PASI - 카레 젤라또
칼파시는 이른바 스파이스계라 하여 동남아 및 인도의 커리와 유사한 커리를 만드는 곳이지만, 실은 커리는 안중에도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커리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빈달루의 선명함은 다소 충격적인 수준이었고, 곁들이는 절임 야채 역시도 그에 맞설 정도라서 과연 인상이 남는 식사였다. 하지만 칼파시를 방문한 이유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데, 바로 향신료를 이용한 젤라또를 만든다는 점이다.
좋은 질감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간이 기계와 냉동고만을 이용하지만, 스파이스를 이용한 아이스크림에서 다양한 영감이 솟아오른다. 발군인 것은 산초를 넣은 초콜릿으로 산초 향을 초콜릿에 입혀 마치 멕시코 요리처럼 초콜릿과 매운맛을 연결짓는데, 점잖은 단맛의 아이스크림으로 곧 그 자극을 잠재울 수 있으니 다시 도전욕이 솟는다. 마구잡이로 만드는 것 같지만 치즈를 사용한 것도 일정한 텍스처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단순한 젤라또 믹스 솔루션의 결과만은 아닌 듯 했다(혹은 향신료의 강렬함에 맛의 빈칸이 느껴지지 않았을 지도).
자신만의 요리를 하며, 그것이 유의미한 지점을 지닌다는 점에서 칼파시의 젤라또는 단순히 특이한 음식 이상의 존재 의의를 지닌다. 오히려 이탈리아 전통을 팔아야 하는 경우에 비해 반경성 치즈부터 코코넛까지 다양한 지방을 활용하고, 커리에서 영감을 얻은 맛의 레이어를 선보임으로서 신선한 자극을 준다. 커리의 집중도에 비하면 장난같은 맛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경계를 흔들고 요리에 대해 다시 질문할 수 있다. 솜씨와 팔자를 두루 갖춘 요리사가 이들의 아이디어를 빼앗는다면 분명 훨씬 파괴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 하지만 카레로 끼니만 떼우겠다면 시모키타자와에서는 다른 선택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