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지마테이 - 2022년 봄

오로지 취재의 목적으로 외유를 떠나는 것은 아니므로, 적절한 집중도를 가지고 글을 쓸 정도로 남는 식사는 채 반이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글감으로는 써먹기 어려운 것들을 제외하면 게시하는 것의 빈도는 더욱 적은데, 제한된 환경이다보니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채로 마무리할 때가 많다.

기타지마테이는 그중에서도 썩 만족스러운 무언가였다. 글일 수도, 식사일 수도, 여행일 수도.

방문 전에

기타지마테이의 예약은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전화 이외의 방법은 없다.

요리

3코스 또는 4코스 선택이 가능하다.

Flammkuchen 플람쿠헨(타르트 플람베)

전채에서 서독일식 플람쿠헨이 나올 때부터 재미나다는 생각을 했다. 뻔한 부르고뉴식이 아니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플람쿠헨은 엘사스로트링겐(現 알자스-로렌), 팔츠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토속 요리로 장작을 떼던 옛날 방식 오븐에 불이 제대로 붙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웠다는 전승이 내려온다. 그 내용처럼 충분히 강한 불에 빠르게 구워 마무리하는게 중요한데, 그렇게 해야 반죽은 잘 익으면서도 양파가 캐러멜화되거나 타지 않는다. 독일식 피자라는 이명을 가ㅊ지고 있지만 피자 반죽과 달리 스타터로 부풀리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대신, 라드와 크렘 프레슈로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은 플랫브레드를 보완한다. 양파, 리크의 매운맛을 살린 채로 조리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요리와 비슷한 특징 또한 지니는데, 기타지마테이의 플람쿠헨은 이러한 특징을 전반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기 오븐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운 정도가 이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양파와 지방의 처리에 있엉서는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요리를 통해 단순히 프랑스 어디 도시의 요리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 프랑스 전역을 아우르는 요리를 하겠다는 포부마저 느껴져, 그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는 역할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빵의 사진은 따로 없지만 전형적인 바게트나 캄파뉴가 아니라 굉장히 가벼운 도우를 사용하는데, 여러모로 빵을 굽는 환경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은 듯한 인상이다. 적절한 시설과 인력이 갖춰져 있다면 분명 어느 쪽이든 다르게 했을 것이다.

이바라키산 파란눈매퉁이의 소금구이

그 다음의 전채 역시 전형적인 프랑스식과는 거리가 먼, 토속적인 일본 요리를 결합한 요리를 낸다. 파란눈매퉁이(메히카리, 아오메에소)를 가볍게 손질한 다음 소금간하여 튀겨냈는데 그 솜씨가 가히 발군이었다. 메히카리 자체도 살이 제대로 오른 양품이었지만 오로지 생선의 지방, 그리고 소금만으로 빚어낸 맛의 호흡이 더할 나위 없었다. 엄격한 양식을 따지자면 전채로서의 역할에는 미덥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이 요리를 내서 얻는 이익은 형식을 준수하는 것보다 앞섰다. 앞선 플람쿠헨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프랑스 요리를 살짝 내보였다면, 이 전채에서는 일본이라는 환경에 대한 의견이 엿보였다.

北海道産生ウニのコンソメゼリー寄せ, カリフラワークリーム 홋카이도 우니의 콩소메, 컬리플라워 크림

정해진 메뉴가 없는 식당으로 영업하고 있지만 사시사철 매장을 지키는 메뉴가 여럿 있는데, 이 찬 수프는 그 중 하나로 기타지마테이를 상징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게소와 콩소메를 차게 굳힌 쥴레는 거의 일본에서만 보이는 방식이지만, 바탕이 되는 크림 덕에 팔레트에서는 크렘 뒤 바리의 인상 또한 겹친다. 흔히 말하는 재패니즈 프렌치라는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으면서도(그런 정의 자체도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니혼료리와 프랑스 요리 그 중간 어디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방식은 프랑스적이지만 팔레트는 일본적인 느낌이 강하고, 이는 썩 훌륭한 수준에서 통한다. 성게의 진한 지방에 이어지는 호지소穂紫蘇가 완전히 인상을 장악하는데, 그 흐름이 가히 파괴적이다.

長崎県産甘鯛のポワレ粒マスタードソース팬에 구운 나가사키산 옥돔, 겨자씨 소스

일본적인 재료가 이어지는 흐름은 대체로 유사하지만, 확실하게 살아나는 소스의 신맛과 생선에 고르게 베어든 짠맛이 이 요리가 구대륙의 영감을 받고 있음을 확신케 한다. 절인 야채까지 가세해 역시 전형적인 부르주아풍의 요리와는 거리를 두지만, 원초적인 욕구를 만족하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다.

北海道産黒毛和牛ランプ肉のステーキ、エシャロットバターソース홋카이도산 쿠로게와규 우둔살 스테이크, 샬롯 버터 소스

기타지마테이 특유의 스타일은 가격을 생각하면 황당할 정도의 크기로 나오는 이 고깃덩이에서 정점에 다다르는데, 굳이 특별한 요리 문법을 추종하지 않으면서도 소스와 조미의 방식만으로 프랑스의 영감을 흡수한다. 와규를 사용하지만 살결에 박힌 비만의 지방 뉘앙스를 최대한 절제하고, 건초와 풀을 먹고 자란 소의 강한 특징을 내세운다. 모자란 지방은 오롯이 버터에 할당해 결과적으로 폭발력이 겹겹이 쌓인 듯한 그런 음식이 된다.

타르트 오 시트롱, 프람브와즈 소르베

제빵 시설이 부실하다고 말한 부분에 무색하게 제과는 오히려 튼튼하게 갖추어져 있는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대부분 고전적인 레시피에서 거의 변형 없이 만드는 듯 했지만, 역시 크게도 만든 소르베 크넬이 과연 시선을 사로잡았다. 덩어리가 커서가 아니라, 텍스처가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르베는 서걱거림에 대한 변명 수준이지만, 이 소르베는 완전히 전문가적인 물건이었다. 유지방은 없지만 숟가락에는 살짝 저항하면서, 입안에서는 천천히 녹아드는 제대로 된 질감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이 단계에서는 단맛이 신맛을 이겨야 하지만, 신맛의 놀라움이 단맛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릴 정도였다.


총펑: 기타지마테이는 기타지마 모토유키만의 요리를 낸다는 점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는 식당이지만, 그만의 요리 역시 나름의 관점을 뚜렷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훌륭했다. 흔히 말로는 좋은 재료의 장점을 선보이네 다들 비슷하게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족한 전문성에 대한 핑계 수준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타지마의 요리는 조미, 맛(flavor)의 복잡성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도 선명한 대비, 논리적인 설계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맛의 뉘앙스가 단순하기에 와인을 곁들이는 정도로 긴 호흡에 지치지 않을 수 있으니 과연 스스로를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분명 프랑스의 경력 따위를 내세우는 것, 그리고 그 방식을 모방하는 것이 시대 정신일 때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기타지마테이의 요리는 놀랍게도(요식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 길을 가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때도 있었을 텐데, 그대로 굳어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상업적으로 아주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항상 돌아가는 그런 상업적 대성공 따위보다 훨씬 큰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분위기: 다소 비좁은, 동양인의 상상 스타일의 서양식.

서비스: Broken English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정도의 영어만이 유일한 외국어 옵션이다. 일본어 권장, 서비스 인력 역시 매우 부족하다.

음료: 아주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부르고뉴 위주. 짝짓기가 있으나 현실적인 고려가 강한 느낌. 메인 요리에 짝으로 나오는 지브레 샹배르탱만은 발군이었다.

가격: 3품 13,200 JPY, 4품 14,300 JPY.

  • +81-(3)-3355-6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