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Glace Alain Ducasse - 스타의 디저트

La Glace Alain Ducasse - 스타의 디저트

모나코와 파리에서 지중해의 바람을 몰고왔던 뒤카스는 캐주얼한 음식으로 시선을 돌려 이미 대륙의 끝까지 닿은 것 같았던 제국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개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모나코의 기함 레스토랑보다도 책을 출판하는 뒤카스 에디시옹, 그리고 프랑스와 일본에서 만날 수 있는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이다.

유명 셰프가 접근성 있는 아이템을 내세울 때, 그 요리에서 그가 가진 역량이나 철학의 전부를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그런 것은 환상, 아니, 허구라고 생각한다. 요리, 특히 오트 퀴진은 오래도록 쌓인 사유와 그것이 반영된 환경에서만 발현되는 조건적인 예술이다. 위대한 셰프가 물을 끓인다고 해서 라면 한 그릇이 역사를 바꿀 음식이 되지 않고, 계란을 부친다고 해서 프라이가 오믈렛이 될 수 없다. 다만 그 능력이나 생각의 편린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그것을 통해 재미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예컨대, 뒤카스의 젤라또가 선보이는 질감은 프랑스적이지 않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종종 발견되는 점도와 밀도가 높은 스타일로 가게의 이름은 글라세를 쓰지만 젤라또로 분류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카타브리가 사의 실무자들과 손을 잡고 만든 결과물이고, 제조 책임자 역시 이탈리아의 기술자가 파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다. 여긴 개인 사이트니까!

(실제로 그것으로 만든다고는 믿을 수 없이 바쁘지만) 수직형 제조기를 위풍당당하게 내세우는 이곳의 아이스크림이 가진 느낌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하나는 풍성한 지방과 단백의 존재감이다. 바닐라에서는 유지방이, 피스타치오에서는 식물성 지방이 맛을 넉넉하게 전달한다. 첫 한 술에서는 약간 힘이 들어가는 밀도 높은 질감을 자랑하지만 기교를 쓰지 않아 온도의 변화에 따라 녹는 속도가 결코 느리지 않다. 녹아서 끈적이는 손의 찝찝함보다도 차라리 녹을 때 녹는 아이스크림이 반가운 요즘이니 결코 나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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