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Pâtisserie Cyril Lignac - 바바 오

La Pâtisserie Cyril Lignac - 바바 오

요리사로써 촉망받는 재능이었던 시릴 리냑은 이제는 제과인으로 훨씬 널리 알려져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도 미디어로 유명해진 요리사인데 내가 프랑스어로 된 미디어를 즐기지 않으므로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진 요리사였는데, 그의 바바 오 럼은 다시 그와 뜨거운 사랑에 빠져보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결국 요즈음의 바바 오 럼은 술으로 적신다는 본질, 그리고 리큐르가 아닌 신선한 과일이나 향신료가 주목받는 시대정신이 충돌하는 골칫덩이이다. 자체의 묵직한 존재감에 더해 가벼운 음료와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한국에서는 곧잘 팔리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결국 반죽이 주인공이 되는 정체성 자체도 화려하게 수놓은 크림같은 만족감을 선사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이 제과를 좋아한다. 갈색빛이 띄도록 구워낸 반죽의 맛, 으깨면서 입안을 가득 적시는 럼의 달콤함과 약간의 알코올이 후각을 자극하는 감각, 그리고 그 자극에 활짝 열린 감각의 빈칸에 지방을 타고 가득 밀려오는 바닐라의 향의 흐름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오늘날 지나치게 무겁고 단조로운 것으로 취급받고 있고, 많은 제과인들이 열대과일의 신맛으로 변혁의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

시릴의 바바는 그동안 내가 왜 간과했을까 할 정도로 이러한 흐름의 최첨단에 있으면서도 독보적인 매력이 있다. 하나는 적신 맛의 현명함. 시트러스 향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밀도 있는 단맛이 밀려들어온다. 젖은 반죽을 짜내는 물리적 운동의 쾌감이 가득하다. 다음으로 심부의 크림은 단맛에 약간의 빈 칸이 있어 다시 반죽을 탐닉하게 되면서도, 시트러스와 대비되는 바닐라의 어두운 톤의 향긋함으로 단맛에 대한 갈망을 증폭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바바의 겉표면은 작은 직경에도 불구하고 두껍게 구워져 약간의 그윽함을 남긴다. 과연 바바를 사랑하는 제과사의 작품다운 강렬한 주관과 섬세한 디테일의 승리였다.


같이 보기: 바바 오 럼

한국
르 페셰 미뇽
메종 엠오
세드라
패스트리 살롱
얀 쿠브레
디저티스트

외국
Pain de Suc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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