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broisie, Glénat, 2012

L'Ambroisie, Glénat, 2012

1986년 세 번째 별을 달기 전 뉴욕 타임즈의 레스토랑 비평가 패트리샤 웰즈는 베르나르 파코를 이렇게 묘사한다. "레스토랑을 작게, 메뉴를 단순하게, 요리를 신선하게"라는 상식적인 규칙을 지켜온 요리사. 테이스팅 코스 메뉴가 확실한 형식으로 자리잡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무수한 그랑 레스토랑들은 빽빽하게 적힌 알라카르트 메뉴를 가지고 있었던 데 반해 작은 레스토랑 랑부아지는 앙트레와 플라를 각각 열 가지는 커녕 다섯 가지 내외로 준비할까 말까 하는 단촐한 메뉴를 고집했다. 재밌는 점은, 당시의 메뉴와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주방 요리사의 성격만큼은 항상 묘사가 똑같다는 것.

여전히 작은 주방만을 고집하는 이 위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수차례 책으로 기록되었지만, 글레나에서 출판한 요리책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바로 베르나르 파코의 아들인 마띠유가 공저자로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지금은 독립해 아버지를 뛰어넘은 유력한 기업가가 된 마띠유 파코의 레시피는 물론, 랑부아지를 오래도록 빛내온 여러 요리와 그 변형까지 수록되어 있다. 랑부아지의 반평생도 따라간 적 없는 본인이기 때문에 그것이 세월의 흐름인지, 혹은 집필 당시의 변덕일지, 또 다른 이유일지는 모르지만 이 요리책의 요리들은 지금(2023~2024년)의 랑부아지 요리와는 약간은 다르기도 하다. 예컨대 지금까지도 랑부아지의 간판 앙트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부드러운 달걀(oeuf mollet)의 경우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크레송을 둘러내고 있지만 책에서는 레몬밤을 사용하는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이 베르나르 파코의 스타일을 전부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간을 통해 드러나는 파코의 스타일이란 각 요리에서 드러나는 선명한 주제 의식, 오트 퀴진의 풍성한 레퍼런스 속에서 드러나는 재치. 다섯 가지 후추-그렇다-를 사용해 푸아 그라를 감싸는 앙트레에서는 재치가 묻어나고, 브레이징으로 익힌 휘낭시에르(À la Financière)식 히드보는 고전의 영역에 발을 걸치면서도 트러플을 배제하고 세이지와 흰 치즈로 통념을 깬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 책을 완성하도록 도와준 레스토랑 팀원들, 작가, 출판사 관계자는 물론 단골로 함께해준 배우와 피아니스트,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어준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의 관계자들(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드 빌렌 부부, 디렉터 장 샤를 쿠벨리에, DRC의 파트너사인 FICOFI의 필립 캅두즈, 델핀 트롱숑)의 이름, 그리고 재료의 시기를 그려놓은 커다란 달력이 있다. 아마도 십 년이 더 지난 지금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이 달력도 조금은 바뀌었으리라. 특히 눈에 여겨볼 점은 흔히 한겨울 재료로 인식되는 푸아 그라를 반대로 겨울 초입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등.

많은 요리책이 그렇지만, 랑부아지의 요리책은 이것으로 랑부아지라는 레스토랑을 흡수했다는 지적 만족감보다도, 행간에 드러나지 않는 조리의 섬세함이나 레시피가 만들어져온 과정을 탐닉하게 만든다. 이제는 반 백년을 향해 쌓아가고 있는 세월을 책 한 권으로 먹어치우려는 게 욕심이겠지만, 이토록 탐스러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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