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bistrot des bleus - 방데의 비둘기

le bistrot des bleus - 방데의 비둘기

(이 요리에 대해서는 추후 글을 다시 쓰겠다)

다시 이 레스토랑을 찾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메뉴에 당당히 올라와있는 비둘기 요리 때문이었다. 핵심인 가슴살부터 각 관절로 나뉘는 잔뼈까지 전부를 담아내는 이 요리는 현대적인 주방에서는 다루지 않는 옛방식의 투박함을 지녔다. 그럼에도 찬란히 빛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면 감히 다루지 않는 그 재료 때문이렸다.

단순히 낯설거나 이국적인 재료라고 감히 넘어갈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분명 한국적인 맥락 속에서 익숙한 식재료는 아니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첫인상은 결국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다른 가금류-을 기준으로 어느 지점이 같은가, 또 다른가로 나뉘어진다. 닭과 비교해 분명한 특징은 닭가슴살이 선명한 백색육의 특징을 지니는 데 비해 비둘기는 오리나 꿩과 같이 전체적으로 혈액의 공급이 꾸준해 붉은 빛을 띄며(이를 통상 darker meat로 구분한다), 이는 맛에 있어서도 흔히 사냥한 고기의 맛gamey같은 특징으로 표현되며, 피하지방은 촘촘하고 지방이 두터운 느낌으로 오리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큰 틀에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유럽의 철새인 숲비둘기(Columba palumbus)는 야생동물(gibier)로 간주되지만, 사육용 비둘기는 가축인 가금류(volaille)로 취급한다. 이런 비둘기의 사육을 불어로는 단순히 Élevage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비둘기 사육만을 특정하는 표현으로는 Colombiculture라는 말을 쓴다. 사육용 비둘기의 사정은 야생 비둘기보다 복잡한데, 분류학적으로는 집비둘기(Columba livia Domestica) 단일종으로 묶이지만 사육용으로는 미국의 육종인 킹(King)과 그 교배종으로 프랑스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텍산(Texan)이 있고, 프랑스 종으로는 이름부터 고기에서 따온 카르노(Carneau), 스페셜티 품종으로 여겨지는 허벨(Hubbel) 등이 주요 품종이고, 이외에도 관상용이나 경주용 비둘기 품종 역시 무수히 많다.

모든 품종을 먹어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배워본 것은 더욱 아니므로 품종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기 어렵지만(그리고 이런 품종은 보통 고기의 맛보다는 비육의 용이성의 측면에서 개발된다) 품종보다는 산지, 프랑스에 한정한다면 농장이 어디인지에 따라 편차를 보인다. 통상 큰 개체라고 해도 600g를 넘지 않는 작은 가금류로 한국의 육계와 사육 기간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먹이에 따라 향의 강도나 방향성이 달라진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도축 방법이다. 에투페(étouffée)라 불리는, 이케지메와 유사하게(하지만 다른 원리로) 피를 빼지 않고 도축하는 방법을 사용해 울혈을 일으켜 적색 느낌의 특징을 더욱 강조하는 방식은 프랑스식 가금류 요리의 꽃이다. 특히 샤랑/루앙 오리가 이러한 도축법으로 유명하며, 이는 라 투르 다르장의 유명한 오리 프레스-그 다른 명칭이 바로 au sang이다-을 통해 전승되고 있다.

르 비스트로 데 블루의 비둘기는, 이러한 비둘기의 왕도를 제대로 걷고 있었다. 결국 작기 때문에 비둘기는 닭과 달리 부분을 해체해서 조리하기 어렵다. 다리 정도만을 분리하여 따로 익히는 것이 통상적이다. 르 비스트로 데 블루의 요리는 고전적인 길에서 벗어나지 않되 작은 뼈를 둘러싼 껍질 부분에 하이라이트를 주어 한 그릇의 즐거움을 담아냈다. 특별히 숨길 것도, 장식할 것도 없는 투박한 요리이지만 재료 그 자체가 가지는 아름다움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두터운 껍질이 보호하는 아래 부드러움만을 간직한 가금류의 가슴살과 헤이즐넛이나 호두를 연상케 하는 껍질의 지방이 드러내는 조화는 공장식 축산업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이러한 산업이 존속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같이 보기

Ett hem - 비둘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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