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Tout Paris - 2024년 여름
플레니튜드에서 아르노의 창의성과 집착이 빛났다면, 루이 비통의 팝업에서는 막심이 보여주는 타협에 적잖이 실망했다. 그래도 인간적인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과연 그 슈퍼스타들에게 다시 한 번을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오만 잡념이 뭉쳐 나를 플레니튜드의 자매 레스토랑, 르 투 파리로 이끌었다.
예약
르 투 파리의 예약은 온라인 또는 전화로 가능하다. 방문 1일 전 한 번의 확인 전화가 있다.
요리
작은 요리에 맞는 작은 메모가 하나 남아 있다. 이럴 수가, 오이 크림.
간만에 빵 이야기를 좀 해보자. 바게트가 아니라 피셀ficelle 정도로 부를 수 있는 빵이 나왔는데, 씨앗류를 섞은 듯한 껍질은 매혹적이지만 균열을 내며 깨지는 식감보다는 누르는 대로 짓이겨지는 느낌으로, 빵의 속은 표면적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모양임에도 상당한 수분감을 보존하고 있었다. 사치스러움 중에서도 가장 사치스러움을 지향하는 레스토랑의 빵이 보여주는 그림이 그랬다는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어떤가? 나는 고향을 떠올려 보았다. 비교할 만한 대상은 없지만, 만약 그 고향에도 이런 고급 호텔이 있다면, 이토록 소박하고 정겨운 뉘앙스의 음식이 럭셔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사워도우의 기분 좋은 신맛, 화려하지 않은 곡물향, 수분이 조금은 넉넉한 텍스처. 우리로 치면 약간은 질게 된 시골풍의 밥과 같은 느낌. 과연 감히 그런 질은 밥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까? 고슬고슬한 밥보다 질은 밥이, 부수어지는 빵보다 찢어지는 빵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가치의 다양성, 혹은 취향의 다양성을 논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의 궁극의 관심사, 그래서 좋은 빵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나의 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식사 도중 두 번째 줄까지 먹어치우고 있는 스스로를 목격하고 있었다.
빵을 먹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 앙트레, 리예뜨다. 리예뜨란 돼지의 지방과 고기로 만드는 보존식품이지만 고등어를 위시한 등푸른생선으로 그 모습을 모방한다. 찌듯이 익혀 마구잡이로 절개해 으깬 생선의 질감, 그렇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통조림 생선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젤라틴과 신맛의 개입이 등푸른생선의 리예뜨를 가능하게 만든다. 생선은 기름이 많기 하지만 돼지처럼 비계층이 두텁게 있는 것도 아니고, 처리 과정의 부산물도 아니므로 전체를 남김 없이, 장기간 보존한다는 필요에 의해 개발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이 요리는 그 방법론의 매력만을 취한다. 지방과 향신료가 선사하는 자극적인 쾌락, 다음 한 입을 더욱 기다리게 만드는 즐거운 신맛. 르 베르나르댕의 연어 리예뜨가 부드럽고 넉넉한 느낌으로 약간을 맛보는 즐거움이라면, 슈발 블랑의 청색 리예뜨는 멈추지 않고 달리게 만든다. 거기에 샤블리까지. 대양의 끝없는 사랑을 맛본다.
리예뜨에 곁들일 빵으로 부드러운 종류도 함께 제공되는데, 내게는 왼쪽의 빵이 통했다.
여름 요리로는 그 여느 요리보다도 이 부리드를 고르고 싶었다. 이런 레스토랑이 가진 힘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닐까? 부리드는 냄비에 전부 담아 한소끔 끓여내는 스탕리의 요리지만 탕거리를 발라 스톡을 내고, 따로 끓여 완성한 뒤 단백질부터 야채까지 따로 조리해 합치는, 간편함이라는 냄비 요리의 모토를 완전히 벗어나는 냄비 요리다. 바닷가재와 후제, 대서양의 아귀와 농어로 특히 계절을 맞은 후제의 유혹이 참을 수 없었지만, 더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부리드 그 자체였다. 흐르는 듯한 질감으로 확실히 유제품의 개입이 적은 프로방스 스타일을 그리면서도 살짝 검은 빛이 돌게(원래 이 요리는 이것보다 훨씬 밝은 색일 때가 많다) 당겨낸 그윽한 커피향과 같은 감칠맛이 생선의 껍질에서 나오는 정수의 느낌을 선사한다. 해체와 재조립이라는 구차한 방식으로 부리드를 조리해야만 하는 이유를 훌륭하게 드러냈다. 접시가 깊지 못해 한 숟가락 넉넉하게 떠마실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을 뿐이다. 오히려 그 아쉬움 때문에 더욱 빛났던 것 같기도.
밀푀유는 이전 루이 비통에서의 막심 프레데릭을 거의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실행의 정교함과 대담함이 돋보였다. 사실 앞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디저트만 두 개를 먹고자 했다가 하나로 줄였는데, 다시 이 밀푀유를 쪼개며 남은 하나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 단면에서 보이듯 공기층이 매우 크면서도 엄청난 두께로 만들어 냈는데, 부수어지면서 입안에 휘감기는 촉감이 화려하면서도 단아하다. 반죽이 지나치게 촘촘한 밀푀유는 숨이 막히고, 반대로 크림을 너무 가득 끼운 밀푀유는 부담스러운데, 막심의 밀푀유는 반죽을 유감없이 맛보면서도 후각에서는 바닐라가 멈추지 않고 춤춘다. 뵈르 마니에로 반죽을 감싸는 앙베르세 스타일인데 과연 그 반죽의 완성에 이 년이 걸렸다는 그의 말이 진실처럼 들렸다.
총평: 르 투 파리는 플레니튜드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같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레스토랑이지만 같은 방향성을 기대할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프랑스가 가진 매력이 단순히 파리의 화려함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너무나 잘 펼쳐낸다. 열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요리사들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느끼기에는 이곳도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