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ock High Wire - 찾았다! 마트맥주
영국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어였던 Cloudwater가 국내에 상륙했을 때 반응은 짐짓 뜨거웠다. 적어도 애호가 사이들에서는. 그리고 곧 식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는. 문제는 가장 먼저 가격이었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도 영 마음에 드는 가격은 아니지만 KRW 10000를 가볍게 이탈하는 가격은 그야말로 마셔보아야 한다는 집착을 지니지 않고서야 허용할 수 없는 가격대였다. 나는 클라우드워터의 맥주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항공 운송으로 사서 마시고 말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던 여느 날 영국의 크래프트 맥주를 다른 마트도 아닌 홈플러스의 한 켠에서 발견할 일이 있었을까? 그것도 마트 납품용 깜깜이 맥주를 유통하는 수입사에서 이런걸 수입했다고? 기린 맥주에 인수되었다는 사실이나 영국 테스코에서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연결지어 보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생기지 않는다. 정말 '뜬금없다.'
판타즈마, 하이 와이어, 하이 와이어 그레이프프루트, 캐논볼의 4종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따는 순간 나는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치 주머니 속 비상금을 찾은 듯이, 아니, 그보다도 값질 수도 있다!
홉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풍성한 열대과일향이 쓴맛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캔의 하단에 쓰인 웨스트 코스트라는 명칭처럼, 케스케이드 홉이 보여주는 망고 등의 향과 신맛의 풍미가 강렬하게 뒤따른다. 쓴맛의 경우 역시나 미국 홉인 치누크 계통의 씁쓰름한, 약초의 풍미로 추측된다.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든 페일 에일인데 4캔 만원, 손쉬운 유통 경로로 구할 수 있다니, 지옥같았던 홈플러스의 주류 매대가 다시 보인다. (그리고 다시 보았지만 이것 말고는 살 맥주는 역시 없다시피 하다!)
모자라지 않은 쓴맛이 맥주에서 신맛보다는 차라리 쓴맛(그리고 밋밋한 단맛)에 익숙한 한국 맥주 애호가들에게도 접근성이 적당히 있으면서도, 맥주 맛의 두께를 찾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다시 말하지만 4캔 만 원! 업체에서 유통하는 클라우드워터의 맥주 한 캔을 사기에도 모자란 가격이 아닌가. 오늘만큼은 고민하지 않고 그냥 마시고 즐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