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엠오 - 바바와 몽블랑
두 메뉴 모두 올해 초에 나온 레시피이니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포장의 튼튼함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니 뭐라도 써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엠오의 바바는 이 블로그에서 이제 일곱 번째다. 과자같은 과자를 만드는 곳들은 모두 일관된 진단을 내리고 있고, 몇 년 째 배치를 바꾸고 있는 엠오의 바바 또한 예외는 아니다. 가장 전형적인, 럼 질끈 동여매고 크림 한사발 얹는 바바는 형이상의 세계에나 존재한다. 155%의 주세 때문에? 술을 낯설어하는, 어린 소비자 위주의 디저트 시장이라서? 글쎄, 제과인들의 주류에 대한 무관심도 한술 뜨지 않을까? 국내 출판 제과용 교과서에서 당당하게 가짜 술들, 샴페인이 아닌 샴페인과 꼬냑이 아닌 꼬냑을 소개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탄식한 기억이 있다. 프랑스인들에게나 옛스럽지 여전히 우리에게는 새로울 수 있는게 럼을 비롯한 증류주의 풍미인데 덕분에 자리잡을 새도 없이 쫓겨난 꼴이다.
적절한 신맛의 개입은 확실히 엠오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이다. 달지 않은, 지옥같은 디저트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단맛에 신맛을 더해 균형을 찾는 요리들은 엠오만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타히티 바니유같이 전형적인 제과의 플레이어들을 부각하는 제품이 안나오는게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엠오의 전략은 현명해서 불행하다. 어떤 형태에서는 안되는 것들도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다가온다. 더 좋은 밤 크림을 만들수 없는 상황, 술의 풍미의 차이로 겨룰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서 그랬을까. 원하는 창작이 아니라, 가능한 창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그니처였던 몽블랑 엠오를 밀어내고 나온, 베르미첼리의 산을 쌓은 새 몽블랑마저 다시 밤만으로 부딪히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아르데슈 밤은 엥베 하나가 여전히 유일신으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1년에 고작 몇천 킬로그램 생산하는 프랑스 내수용 상등품을 수입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파티셰들의 눈이 자꾸 바깥으로 새는 데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서도 아르데슈가 끝이 아니라 코르시카같이 말도안되는 곳에서도 찾으면 좋은 밤이 있는데, 우리 땅에서 가공용 밤을 위한 시도는 불가능할까? 가을철마다 생밤 씹는 이로서 가장 슬픈 것은 나다. 나는 밤 뒤범벅의 몽블랑을 좋아한단 말이오.
엠오의 현실 진단과 처방은 지나치게 적절하여 현실을 잊기 어렵게 만든다. 럼이 지나친 디저트에는 가벼운 향기가 자리하고 밤 크림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다가오는 디저트에서는 신맛이 시의적절하게 맛의 여운을 자른다. 혹자의 말처럼 그 모든 부분이 잉여로 구성되었다는게 디저트의 매력이라면 매력인데, 두 과자는 모두 균형을 찾아 나선 모양새였다. 과연 위험한 묘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사세는 나날이 번창하지만 홀로 춤사위가 어찌 고독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