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 생 막걸리 - 분기점의 막걸리
이전 글에서 예고한 나루 생 막걸리의 보급형은 내게는 하나의 분기점으로 느껴졌다. 마트의 막걸리에 가능성이라는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 이전까지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전국 유통망을 만족시킬만한 제품은 그나마 트레이더스 납품분인 국순당의 천억 유산균 막걸리 정도였다. 그나마도 자기 동네에는 없다는 소리를 들으니 맥이 빠지는데 트레이더스는 박스 단위이니 일상에 덮어놓고 대입하기는 어렵다. 경쟁품인 지평, 코스트코 입점품인 국순당 생막걸리? 논외.
적은 표본이나마 다른 환경에서 취해보았음에도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은 가장 먼저 칭찬해야 할 일이다. 마트에서 작게 쓰여있는 병입일을 일일이 찾아보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구성은 확실한 강점이다. 거기에 더해 우리에게 익숙한 인과류의 풍미가 앞서는 가운데 곡주 특유의 바나나향도 인식 가능할 정도로 존재하고, 이들과 어울리는 단맛이 있어 단독으로 음용하기에도 무리 없을 정도이다. 발효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이취들-예컨대 디아세틸 등이 풍기는 버터취 내지 비린내- 따위도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점 역시 높이 산다.
일 주일에 맥주를 4캔 마시느니 실내음주가 잦지 않다면 막걸리 한 병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누룩의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기에 나루 생 막걸리가 막걸리의 취향의 영역을 개척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완성도와 접근성 등을 감안했을 때 이 막걸리의 성공은 막걸리 소비 실태를 바꿀 힘이 있다. 당장 나부터 4캔 만원 맥주가 부담스러울 때는 이 막걸리로 주말을 보내고 2~3천원을 절약할 심산이다. 마트의 만 몇천원짜리 와인들이 못 먹어줄 것들이 꽤 있음을 감안하면 한강주조의 막걸리는 훌륭한 선택지이다. 현재는 복순도가와 어색하게 냉장고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부류의 막걸리들이 늘어나서 서로 다른 맛에 대한 주관으로 경쟁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 누룩의 개성이라는게 만드시 곡향(grainy)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