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볼라 - 拔苗助長
"우려를 조장한다"고 할 때가 있는데 이 때의 조장이란 자라는 것을(長) 돕는다(助)는 좋은 의미인데 어찌하여 항상 나쁜 일과 어울리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이는 그 어원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는데, 본래 이 助長이라는 말은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고사에서 왔다. 이야기는 송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어느 농부가 자신의 논의 벼가 남들보다 빨리 자라지 않자 빨리 올라오라는 마음에서 매일 조금씩 뿌리째 잡아당겨 결국 모를 전부 죽게 만들고 말았다고 한다.
누볼라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 고사가 떠올랐다. 이미 가게의 뿌리는 반쯤 들어올려져 허옇게 보이는 듯 했다. 단 한 가지 메뉴 빼고 전부가 소르베이면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라고 표방하는 것도 참으로 슬펐지만 맛들은 더욱 엉성했다. 전형적인 초보자의 어는점(PAC)만 간신히 계산한 무언가, 혹은 그보다도 나빴다. 계단을 올라온 걸음이 아까워 한 컵을 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왜 소스를 만들 때 루를 볶는지 요리의 기초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그나마 완성된 레시피로 보이는건 커피지만 고형분이 모자라 흐르는 느낌이 강한 가운데 로스터리의 이름이 무색하게 공산품 커피의 맛이다. 스페셜티 수준의 커피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커피맛인가? 하면 곁에 마침 커피 기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말고는 답이 떠오르기 어려웠다. 그리고 커피 콩 토핑은 한 번 씹고 걷어냈다.
하지만 엠젤로의 경우와 같이 "그만" 연작에 등록하지는 않겠다. 대강 보아하니 지도편달에 따라 정해진 것이 많은 가게같았다. 인스타그램이 중요한 시대니까 형형색색의 토핑을 얹고 의미를 알기 어려운 분재도 있다. 경리단길 코타티에서 본 것과 같이 보이는 장소에서 과일을 가공하도록 동선이 짜여있는 등 비즈니스에 관한 아이디어가 여러모로 덕지덕지 발려있는 것이 외부인에게도 느껴진다. 왜 이 가게가 이런 모습으로 오픈할 때까지 아무도 말리지 않은 것일까. 이런게 이 가격에 팔린다고, 혹은 팔려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혹자들은 프랑스 셰프들은 다 국가단위, 기업단위 마케팅으로 뜬 거품이고 이탈리아의 알려지지 않은 장인들은 텍스쳐라던지 맛이라던지 본질에 집중해서 더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준다고 한다. 여러분은 믿으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