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pollo, Triple Karpologi
어떤 음료를 우리말로 맥주라고 부를 때 우리는 어떤 최소한의 공통 감각을 공유하길 바라지만 크래프트 비어가 나아가는 길은 그러한 감각, 혹은 선입견의 바깥을 좇는다. 집시 브루어리인 옴니폴로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발효가 내는 신맛은 현대 모든 요리에서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다. 사워도우 스타터, 가룸, 오렌지 와인... 산업의 발달과 함께 과거로 사라졌던 것들이 이제는 새로운 포장, 새로운 이해와 함께 돌아오고 있다. 이런 유행의 길이도 이제는 DECADE에 접어들고 있어 유행을 넘어선 꾸준한 흐름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단지 시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맛에 대한 관심들이 대중화, 보편화되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옴니폴로의 맥주는 그러한 관점에서 보편적으로 퍼지지 않았으며 보편성을 추구하고 있지도 않다. 우선 집시 브루어리라는 점이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무자비한 열대과일 함량이 맥주에 대한 선입견이 형성하는 허용한계를 아득히 벗어난다. 테파체를 넘어서 아예 잘 익은 파인애플을 떠오르게 하는 강한 신맛은 과실향과 어울려 적당한 끈적임을 지닌 액체의 질감 이외에는 맥주라고 생각하기조차도 어렵게 만든다.
어지간한 식사에는 맞출 용기조차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음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음용 그 자체에 적절한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림을 완성한 것은 과실향-바닐라향이 이끄는 단맛의 그림이었는데, 신맛 하나만 존재했다면 단지 건강에 좋지 않은 과일주스라는 생각을 했겠으나 신맛이 입맛을 당기면 단맛이 나머지 감각을 자극하고,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 고밀도의 액체는 입안에 맛이 가득차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음료수는 그냥 그 자체의 재미로 끝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통상 빠르게 마실 수 있는 음료들에 이른바 음용성이라는 딱지를 붙여 많은 사람들에게 어울린다고 포장하지만, 이 맥주는 원시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것으로 충분한 보편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문제는 음료를 그 자체로 탐닉해도 되겠느냐 하는 낯섦, 그리고 맥주는 미식의 대상이 아니라는 터부에 있다. LSD를 떠올리게 하는 캔 디자인은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