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노 라멘 - 모범적 "바텀 업"
파이탄 이야기를 하려면 애당초 라멘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야 겠지만, 이제는 라멘이란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사람들은 지겨워해도 좋을 만큼 라멘은 익숙한 물건이 되었다. 한국에서 라멘은 특히 젊은 층이나 오피스타운에서 큰 지지를 얻어 빠르게 자리를 잡아서, 특히 서울에서는 여느 곳에서나 라멘을 먹는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비용이 아쉽다면 모노마트에서 「아리아케」스프와 삿포로 면을 사는 것만으로도 그럴싸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물론 아리아케 스프는 가정에서 소비하기엔 너무 크니, 대형 마트에서 시판하는 밀키트도 있다. 그정도로 라멘은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그러한 라멘의 보급은 철저히 돈코츠 위주였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유명 프랜차이즈를 잣대로 평가하는 일들이 일상화되자 그와는 분리된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요구도 생겼고, 그에 부응해 근래 몇년새 가장 빠르게 생기는 쪽은 이 파이탄이었다. 무언가 라멘에 대해 꽂힌 사람들이 어딘가 아직 작은 라멘 가게가 잘 없는 곳에 새로운 가게를 내고, 그곳에서는 마제소바 아니면 파이탄을 판다. 이 일들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유행에 반 쯤만 동의하는데, 그 이유를 말하기 위해 파이탄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파이탄은 이름에도 보이듯이 중국요리에서 왔다-이런 이야기는 반복할만큼 했으니 접고, 이 파이탄이라는 요리의 저변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파이탄을 라멘으로 내는 기원은 불분명하다고 하지만 유행에 있어서는 대충 짚이는 곳은 있다. 일단 한 명. 한국에서는 「라면요리왕」 감수 역할이라고 하면 조금 더 친숙할 이시가미 히데유키다. 그가 2000년대 초중반, 늦어도 2005년까지 파이탄을 기반으로 한 라멘의 유행을 예고하고 또 그런 라멘들을 찾아다니면서 유행을 이끌었고, TBS등 방송사에서 파이탄을 더한 창작 라멘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파이탄 가게들에 대한 리뷰가 그의 가이드에 실리고, 직접 파이탄을 기반으로 한 컵라면을 만드는 등 00년대 중반 파이탄의 유행의 밑거름을 뿌렸다. 굳이 유명인 한 명 때문에 모든 게 변한건 아니고, 몇몇 가게들이 선도적으로 파이탄을 시작해 그를 비롯한 매니아들을 사로잡은 덕분일테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그 당시 파이탄 라멘이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취급받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것은 곧 이목을 끌기 마련이므로 프로듀스라 불리기도 하는 메뉴 컨설턴트들이 이러한 유행을 확산시켰고, 결정적으로 파이탄의 대중화는 잇푸도와 같이 스프를 공장 단위에서 생산하는 곳이나 도쿄를 중심으로 스프를 납품하는 쿡핏(クックピット)과 같은 업체의 공이 컸다. 닭발과 같은 잡부위까지 전부 써야하는 극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스프 제조를 공장에 위탁할 수 있게 되면서 파이탄은 도심에 양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스프 납품 업체가 없다. 기성 스프가 없다는게 아니라, 품질이나 사양 등에 대해서 조절이 가능한, 그런 업체를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는게 아니라면, 파이탄은 반드시 원래 방식대로 노동집약적으로 생산되고 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파이탄을 자주 사먹지 않는다. 들이는 공 때문에라도 가격을 낮게 잡기 어렵고, 그에 비해 굳이 찾을 정도로 우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쿡핏사의 육수에 들어가는 닭은 못해도 80일, 길게는 150일 사육을 거치는데 비하여 통상 서울에서 쓰는 닭은 30일 남짓의 사육일수를 지내므로 마니커부터 하림까지 무슨 브랜드를 잡아쓰던 차이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토종닭이라 불리는 분야가 있지만 60일~70일이 걸리는 품종이 대세다. 블렌더로 지지고 유화제가 들어간 치킨스톡을 더한들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물론 이것이 일본이 우월하고, 한국이 저열하다 따위의 판단으로 이어져서는 안되겠으나, 적어도 닭 그 자체의 풍미만이 열쇠가 되는 파이탄이라는 요리 방식 하나를 두고 생각하면 굳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 바라본 오레노 라멘은 존재의 고유한 이유가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었다. 감격이나 초월의 경험은 아니겠으나 불덩이같지 않은 온도, 큰 문제 없는 두께의 국물, 문제 없는 차슈, 문제 없는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 총체적으로 문제 없는 서비스까지 한 끼 식사 경험으로 큰 문제가 없다. 바로 이 큰 문제 없음이 이곳의 고유한 매력이었다. 가격(KRW 9000)도 아슬아슬하게 일상의 문턱에 걸친다. 일상적 식사 비용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만 캐러멜화한 양파 하나가 대중교통 비용 정도는 상쇄시켜 줄 법도 하다.
본질적으로 "왜 파이탄인가"라는 질문에는 나는 여전히 이 라멘도 답이 될 수 없음을 견지한다. 향이 중립적인 닭이 특유의 내음을 풍길 정도의 농도에 더해 그만큼 진한 감칠맛, 그것과 충돌할 정도의 높은 염도, 그리고 향을 더해줄 무언가라는 파이탄의 문법을 떠올려보면, 오레노 라멘이 이러한 매니악안 요리의 측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마지막 틀에 양파가 절묘하게 맞아든다는 정도. 그럼에도 긍정할 수 있는 이유는 오레노 라멘이 더 이상 과거의 그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멀어질까 싶으면 다른 지점이 가까워지는 공간적 확장, 하루 50그릇 한정 영업이 아닌 게재된 영업 시간의 마감때까지 도착하면 먹을 수 있는 시간적 확장. 나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오레노 라멘은 특별한 한 끼가 아니라, 반복할 수 있고 또 그러라고 만드는 끼니를 자처한다. 카운터에 앉으면 주방을 올려다보기 어려운 구조였는데, 아마 주방에는 닭을 끓이고 있는 솥이 아예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어떤가. 낭만은 없지만 이러한 영업 신뢰는 현실에 들어맞는다. 앞으로 오레노 라멘이 롯데리아만큼 많아진다고 하면 또 누가 나무랄 것인가. "1인 군단"형 라멘집에서 지도 검색에서 휠을 내려야 할 만큼 분점이 생겼다. 큰 틀에서 사먹는데 무리가 없는 라멘은 라멘이기 이전에 일상의 식사로서 긍정적이다. 오레노 라멘의 존재 때문에라도 매진으로 인한 문전박대의 가능성이 있거나 멀리 떠나야 하거나 가격이 더 높거나 한정으만 판매하는 파이탄들은 먹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