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ennial Artisanal Ales, Abraxas, 2019
사이드 프로젝트 라벨의 캐스트 숙성 맥주 등 커뮤니티의 일원이 아니고서야 리셀에 의존해야 하는 제품들을 제외하면 페레니얼의 Abraxas는 스타우트의 피라미드 내에서 거의 꼭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본래 F/W 시즌에만 출시하는 제품이지만 브루클린의 토스트Tørst에서 남은 재고를 뒤져 건져냈다.
하고 많은 스타일의 맥주들 중 임페리얼 스타우트라는 장르가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 왜 유행했을까? 헤디 토퍼가 탄산에 주로 의지했던 마우스필과 비교되는 무게감, 발효로 얻는 과실향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면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맛이나 향, 마우스필 등 전체적인 캐릭터는 이미 오래 전에 완성된 스타일이었다. 크래프트로 다시 주목받은 이유가 있다면 어느 수준 이상의 완성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브랙서스는 그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가장 전형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었는데, 양조를 통해 얻어낸 스타우트 원주의 맛에 흠결이 없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부재료의 문법이 매우 뚜렷하게 다가온다. 고추와 계피와 같은 향신료는 신경계를 자극하여 스타우트가 가진 맛을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만들며, 카카오와 바닐라는 곡물의 단맛에 표정을 입히는 역할을 맡는다. 하나 하나가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작동해 인상을 만드는데 과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타우트는 아니었다. 덜 희귀해서, 혹은 흠결이 있어서가 아니고 바라보는 방향성에 있어 페레니얼과 사이드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맥주는 그 자체per se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자극과 꽉 찬 맛을 가진 이 맥주에 어울릴만한 음식이 있을까? 약한 음식이라면 인상이 잡아먹히고 말 것이고, 강한 음식과 맞추기에는 이미 통상의 맥주가 가지지 못한 자극제들을 양 허리춤에 끼고 있으니 자칫 서로가 잉여가 될 공산이 크다.
재밌게 만든 맥주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성 싶다.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가 있고, 적절한 가격(내가 구매한 가격은 $50이었다)에 즐길만한 점도 확실하다. 하지만 맥주가 가는 길이 과연 이게 맞는가는 글쎄. 물론 모든 음료가 요리에 봉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시기만 해서는 무언가 허전하다. 물론 토스트에는 몇 종류의 안주가 있지만 나는 제한된 건강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