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 2021년 가을

가니에르의 6 Balzac 코스가 돌아왔다. 기억컨대 2년 만의 일이다.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이다. 좋은 소식인 점은 어쨌거나 메뉴가 한층 더 다양해졌다는 뜻으로, 장사의 희망이 보인다는 점. 나쁜 소식은 근데 가격이 깎여서 돌아왔다는 점(2019년 5월 KRW 200000에서 2021년 10월 KRW 180000). 천하의 피에르 가니에르를 간판으로 내거는 레스토랑, 서울에서는 별 세 개 아니면 의미가 없는 요리를 목표로 하는 곳에서 가격을 깎고 있다는 점이다. 가니에르의 가격 정책은 2014~15년부터 거의 그대로인데, 그 사이에 서울 외식물가를 추적해보면 이같은 정책은 소비자에게는 파격적 혜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이 레스토랑이 쉽게 고꾸라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을 안긴다.

방문 전

피에르 가니에르의 예약은 유선상, 온라인 어느 쪽을 통해서도 모두 가능하다. 별도의 예약금이 존재하지 않으며, 문자로 예약 확인을 받을 수 있다. 유선상 예약 전화가 한 번, 방문 전일 최종 확인 전화가 한 번 있으며 당일날 방문 확인 전화는 없다.

요리

6 발작의 복귀를 기념하여 일부러 예약을 한 것이므로 메뉴는 당연히 Le 6 Balzac(KRW 180000)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생테티엔의 레스토랑을 파리에 이전했을 때 주소에서 따온 이름이고(6 rue Balzac이다. Balzac은 사람 이름이라는 것까지 굳이 밝힌다) 디저트가 반드시 수플레라는 점이 일관된 특징이다. 점심 메뉴와 큰 부분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스테이크님께서 꼭 나오셔야하는 점심 메뉴보다는 매우 유의미한 구성이다. 오늘은 간만에 단품을 하나하나 다룬 뒤 다시 전체를 엮어 코스의 구성에 대해 논하는 식으로 전개하고자 하므로 코스 구성 이야기는 후술하도록 하자.

"Feuilletée" - terrine de foie gras aux pistaches, gelée de poire asiatique et prosciutto "Hanwoo", "Café irlandais" verrine, kumquat et vermouth, moule et parmigiano cuisson, "Omija" et pastéque coréen granita

많은 부속 요리들이 탈락하고 그나마 토끼와 푸아 그라만이 목숨줄을 부여잡고 있는 현실이 슬프지만, 테린은 적당히 그 역할을 해낸다. 입맛을 깨운다. 극소량이기에 입안에 천천히 코팅하듯 맛보고, 이어서 한천 내지 증점제로 굳힌 듯한 배 젤리와 프로슈토에 와서 혀의 미각이 완전히 깨어난다. 피스타치오는 관성의 산물이지만 아무렴. 그 다음, 말린 고기의 풍미는 극단적이지 않은 대신, 베와 신맛이 더해져 완전한 가을임을 느끼게 한다. 대부분의 우리 과일을 두고 납작한 단맛을 비난하지만 생과로서 그 단맛만으로 성공하는 몇 안되는 과일이 바로 배인데, 배의 풍성한 과즙과 결코 불쾌하다고 할 수 없는 단단함 대신 풍성하게 불어넣은 신맛 속 향기로 그려낸 아이디어가 좋다. 만찬을 시작하기 위한 오로되브르로 제격이다.

전형적인 역할을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정도로만 이야기한다면, 재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리시 커피"는 솔직히 말도 안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푸아 그라와 염장육 다음으로 깔루아라니. 하지만 마치 옥수수 따위를 떠올리게 하는 뚜렷한 짠맛(savory) 노트 위의 커피향은 이러한 위기감을 흥분으로 바꾸어낸다. 크림이지만 디저트의 것이 아니며, 칵테일이지만 식후주가 아니다. 말도안되는 위치에서 말도안되는 역할을 해낸다. 커피향을 짠맛의 세계에 개입시키고자 하는 가능성이 절묘하게 삽입된 유희가 있다. 깔루아의 커피 노트는 복잡한 편이 아닌데, 그 뻔함이 뻔하지 않은 장소에서는 어이없는 밝기를 지닌다.

인삼부터 시작되어 한국적 풍미에 대한 가니에르의 짝사랑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수준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다는 데에 대해서는 짧은 불만을 남기겠다. 또렷한 쓴맛이 그야말로 다섯 가지 맛의 과실이라는 이름 값에 걸맞게, 단맛에 더해 한국식 단맛이 가지는 특유의 쓴맛의 인상을 그려내지만 수박 그라니타가 잇는 단맛의 여운은 지루하기에 마무리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트러스류가 보여주는 신맛과 껍질의 쓴맛과 향을 오미자로 단순히 대치할 수는 없었던 셈. 칵테일 글라스 베린은 결국 준비된 요소의 조립이라는 점에서 이렇게까지 단순할 필요가 없음에도 아이디어를 더해내지 못한다.

(左부터 시계방향) Tartine de pain dentelle au beurre noisette, bœuf Hanwoo séché, condiment maison: Figue rôtie au miel et balsamique, ricotta grilée aux épices; Pulpe ti poti,aron caramelisée, suc d'eendive au vin doux, ,orilles des pins sautées à cru; Emmietté de crabe royal sauce Dodo: Foie gras Ringo

원래 이 메뉴를 고른 것은 가니에르의 OG, <도도>와 <링고 스타>를 위해서였지만 가장 나의 의문을 불러일으킨건 가장 왼쪽의, 프로슈토를 덮은 튀일이었다. 튈 당텔을 정말 빵인 것처럼 바닥에 깔고 마치 무슨 샌드위치인것처럼 낸다. 카시스 비슷한 잼의 단맛, 햄이 당기는 짠맛 그리고 뵈르 누아제가 이끄는 씁쓸함에 더해 얹어낸 무순과 래디쉬가 이끄는 청량함이 다소 웃음을 연출하는 요리를 만든다. 무순-래디쉬-튀일은 crunch에 가깝지만 카시스와 프로슈토는 그렇지 못하므로 끝의 뉘앙스는 이 둘이 지배하는데, 마치 육사시미로 무순을 감싸 먹는듯한 감상이면서도 모든 측면에서 낫다. 말려서 얻은 감칠맛과 짠맛, 카시스와 래디쉬가 더하는 신맛과 단맛. 자꾸 씹을 필요 없이 단박에 다가오는 맛. 정체불명의 맛있음이었다.

무화과와 흰 치즈는 어찌 보면 안전한, 가니에르의 레스토랑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게으름으로 보인다. 하드 치즈 비슷한 뉘앙스, 그리고 리코타 자체의 썩 풍성한 고릿한 내음이 진짜 게으름과는 구별되지만 전형적이지 않음이 곧 이 레스토랑의 존재의의이고, 그를 넘어 이제는 전형적이지 않음의 전형적인 형식까지를 만들어내는 게 그의 과업이었음을 생각하면 잘 조린 무화과, 결점 적은 치즈만으로는 높이 사기 어렵다. 구성 속의 역할을 감안하고, 또 입에는 썩 즐거울 지언정 기대에 걸맞지 않는다. 엔다이브와 꽃송이花びら茸의 경우는 다른 방면에서 실망시킨다. 르네 레드제피처럼 고기에 필적하는 연출을 헌사해도 좋고, 일본의 용례처럼 향과 질감에 주목에도 좋을텐데 소테 아 크뤼는 경험컨대 좋은 답이 아니었다. 감자나 사과 따위의 경우와 같을 수 없고 당연히 실행도 만족스럽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버섯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소테를 멈추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엔다이브가 버섯과 가락을 맞추는 요리는 아니었기에 더더욱. 아시아에 도전하는 이유가 야망인가, 혹은 어딘가에서 오는 의무감인가?

가운데의 <링고>는 단연코 주인공이다. 피에르 가니에르의 요리가 수단에 대해 에르베 디스와의 만남을 중심으로 이른바 분자미식학을 수행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요리는 프랑스 요리의 경계에서 빛난다. 기본적으로 푸아 그라로 만든 일종의 크렘 샹티같은 물건으로, 푸아그라가 단맛과 전형적인 짝을 이루기에 초콜릿과 합을 맞춘다. 통상 푸아 그라가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되고 그것을 감당하기 위한게 푸아 그라 요리라면 가니에르의 링고는 푸아 그라에 여러가지의 풍미를 덧댄다. 여기서 굳이 하나하나 밝히면 재미가 없기에 열거하지는 않겠다만, 가니에르는 이를 통해 전형적인 푸아 그라 요리의 벽을 밀어붙인다. 초콜릿 타르트 모양의 단순한 시각적 형상 안에 이미 요리는 완성되어 있다. 초콜릿을 와하카 몰 정도로 타협하는 식의 단순함이 아닌, 초콜릿이 여전히 구대륙에 머무르는 가운데 완성되는 푸아 그라 요리는 가니에르 방식의 요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그가 이제 썩 오래 우려먹은 요리이기에 크게 놀랄 일은 없지만 여전히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이 굳이 다른 곳과는 구별되는, 즉 독특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남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 흔히들 씹어대는 표현인 "해석"들을 제치고 존재하는 몇 안되는 진정한 해석례이다. 다만 레시피를 크게 수정하지 않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으나 상황에 따른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우리는 초콜릿 요리 하기 별로 좋은 동네가 아니고, 깔린 요리들의 종류나 숫자를 감안하면 단품으로 맛볼 때와는 경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도도 비스크 스프는 청명한 승리였다. 이름부터 단박에 모리셔스의 눈부신 해안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프는 섬의 양면을 본다:통상적인 비스크에는 바다만이 존재하지만 가니에르의 도도 비스크에는 땅도 있다는 점이 그렇다. 역시 여러분의 재미를 위해 정확히 뭐가 들어가지는지 읊지는 않겠다. 하지만 비스크가 하나의 요리로 완성된다는 사실, 신맛과 단맛이 지방 위에서 뛰논다는 사실 정도는 말할 수 있다. 비스크가 그런데 쓰이는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고, 그것이 가니에르 요리이다. 껍질이 썩 맘에 드는 빵 한 쪽과 함께라면 굳건한 승리를 느낀다.

(左부터 시계방향) Lichettes de dorade juste effrayées dans un beurre mousseux au paprika fumé, carottes et navets glacés, chips de Pancetta: Fenouil confit aux agrumes, glace burrata Riz et fruits de mer coréeens à la Catalane

6 발작 코스의 가격 인하와 함께 지상동물의 단백질은 코스에서 쫓겨났다. 낮에는 스테이크가 중요한 객들을 위한 점심 메뉴가 있지만, 저녁 메뉴는 스테이크가 중요한 객들을 데구스타시옹 메뉴로 몰아넣을 수 있을까? 다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불필요한 고깃덩이를 내느니 이런 선택이 반갑다고밖에는 할 수 없다. 물론 그 자리를 채우는게 허연 버터 소스를 끼얹어 인심좋게 잔뜩 나오는 흰살생선 필렛이므로 진정 바라는 바가 성취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실상 생선 스테이크에 가까운 이 생선에 대해서는 소의 경우와 같이 굳이 내가 따지고 들지 않는 것이 나아 보인다;아마도 여러분은 굽기, 익힘 운운하는 글들은 발에 치이도록 보셨으리라. 굳이 이야기하자면 두터운 흰살생선의 조리는 어때야 하는가 정도를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남기고 싶다. 완전한 조리는 당연히 전제되는 것이며, 주방에서는 그 단백질의 조리의 단계를 두고 논쟁해야 한다. 그리고 파프리카 태웠다는 이야기는 이제 좀 고쳐서라도 말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선을 필렛을 떴다고 설명하지는 않을 텐데.

Riz et fruits de mer coréens à la Catalane

우리의 관심을 이끄는 것은 오히려 반대편, 카탈루냐식으로 명명된 밥-무려 밥이다!-과 아이스크림이다. 사진 촬영에는 원칙이라는게 있으므로 아이스크림쪽까지 카메라에 담지는 않았지만 그쪽부터 이야기해보자. 중심 요리를 맛보는데 곁들임으로 아이스크림을 낸다는, 온도의 변주를 즐기는 방식은 가니에르의 전형적인 재치 중 하나이지만 오늘만큼은 더욱 그 조화가 절묘했다. 솔직히 아이스크림은 풍미가 옅어 익힌 당근보다도 기억에 남지 않지만, 그 아래 깔린 시트러스의 향미가 생선 요리의 기막힌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수많은 그 귤껍질들을 떠올려보라. 그 어느 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이기도 했다. 자몽 따위의, 두터운 향기부터 제주도 귤의 예쁜 신맛까지, 그것 하나로 접시를 자꾸 당기게 만든다. 차가운 지방을 타고 들어오는 시트러스는 본래 생선의 짝이니 가락이 어울릴 수 밖에, 나는 만끽할 수 밖에. 밥 먹다 아이스크림 먹는 미친 상황이 이곳에서만큼은 언제나 일어나고, 또 언제나 기다려진다-그래서 파인 다이닝이구나!

파에야 내지 아로스 아 반다를 떠올리게 하는 쌀요리는 곁들이를 넘어선 하나의 탄수화물 요리로서 기능하는데, 쌀의 질감과 풍성한 사프란 향 두 가지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사프란의 향으로부터 밥알의 심부에 베인 감칠맛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는데, 단단함과 부드러움 그 정확히 가운데의 밥의 질감이 가장 절묘했다. 과연 요래 햅쌀이라도 이런 조리가 가능한걸까? 깡통에 든 수입 쌀? 이런 추측 따위를 지루하게 만드는 훌륭한 밥이었다. 전통 파에야의 평가를 거부하는 프랑스 요리지만, 그 지혜만 절묘하게 도둑질했다. 밥이 좋은 나머지 올린 오징어 따위가 잉여로 보일 지경이었다. 아아, 쌀알만 계속 씹고 싶구나!
우리 바다의 것들을 썼다는 것은 큰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랑구스틴의 절묘하게 녹아드는 식감과 이 밥알은 카탈루냐의 냄비 요리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취하고 있었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피레네를 넘었고, 그 산 너머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누가 이 요리가 나왔다고 비난할 것인가.

miganadises: Riz au lait exotique: caviar au citrus: geleé et croustillant chocolat

비스퀴 수플레 하나로 끝나는 데세르가 다소 궁핍해 보이지만 가니에르 수플레는 그만큼 상징적이다. 내 식사 속도를 읽지 못하고 느긋하게 오븐에서 꺼내고 있는 듯한 긴 서비스 간격까지 더해져 수플레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래, 또 크렘 브륄레랑 그 친구 수플레냐, 다행히도 피에르 가니에르가 50년을 구워온 수플레는 그정도로 뻔하지 않다. 겉과 속의 대비를 먹는 수플레를 살짝 비틀어서, 겉을 더 극적으로 굽고 속을 가나슈로 채우는 거꾸로 수플레를 만든다. 이날은 가나슈 대신 패션프루트 퓌레를 채워냈는데, 아무렴 갓 구워 불덩이인 수플레와 바로 얹어 얼음덩이인 아이스크림의, 그리고 캐러멜과 커스터드의 끝인 수플레와 살아있는 것의 끝인 퓌레가 팽팽하게 맞서는, 혀 위의 널찍한 도화지를 펴는 듯한 감상은 그대로이다. 그리고 굳이 그거 하나 밝혀두자. 가니에르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정말 놀랍도록 평범함의 기준을 충족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렇게 언어로 이용하는 재주가 그의 손에서 나타난다. 같은 유지방 바탕의 단맛이지만 수플레와 아이스크림은 어찌 이렇게 다른가, 다르다가도 또 하나로 만나는 순간 이미 한 그릇 정도는 끝장낸 나를 발견하고 만다.

미냐디즈는 조그만 히 오 레를 제외하면 재탕이었으므로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겠다. 아, 그 히 오 레가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도. 하지만 서울에서는 별로 질을 따질만한 종류의 요리가 아니니까.


총평: 피에르 가니에르의 돌아온 6 발작 메뉴는 피에르 가니에르의 요리세계의 즐거움을 충분히 머금고 있다. 가격을 내리고 소고기를 걷어찼지만 즐거움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세계를 향해 열린 그의 요리는 마치 그 어느 것도 프랑스 요리가 아닌 듯 하지만 전부 모아두면 프랑스 요리가 그려지는 그런 재미를 선사한다. 프랑스의 전형적인 조리, 전형적인 재료의 짝, 전형적인 서비스 따위가 모두 가니에르의 시각 아래에서 재탄생한다.

중심 재료의 선택부터 몇 가지 그 번뜩임이 모자란 요리들도 분명히 있으며, 단지 조리의 불완전함 뿐이 아닌 요리의 컨셉트, 즉 구성의 문제 또한 발견된다. 가니에르의 내한 소식이 기약 없이 멀어지기만 하고 있는 오늘날 서울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주방 스태프들에게 일임되어 있을텐데, 그들의 시선이 투명하게 읽히지 않는다. 카탈루냐식 밥 요리와 같은 대승을 거두기도 하지만 오미자나 꽃송이버섯 등 다른 맥락에 익숙한 식재료들을 다루기 위한 아이디어의 빈칸이 메워지지 않는다. 도도 비스크와 같은 묘책은 계속 등장해야 한다. 과거의 그에게만 기댈 수 없다.

한 번에 여러 요리를 타래로 묶어내는 가니에르의 고유한 서비스는 디테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18세기의 비극으로 떨어질 수 있어 항상 조심스러운데, 이 날 식사는 전반적으로 그 복잡함에 있어서는 절반 정도의 성공이라 본다. 도미를 중심으로 부라타 아이스크림과 카탈루냐식 쌀요리는 냉과 온, 또 단맛과 짠맛으로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엮는데 성공하지만 도도 비스크와 푸아 그라 링고 스타를 중심으로 하는 전채들은 다소간 불안정하다. 하나하나에 스민 세부사항들이 전체를 조율하기 위한 게 아니라 단품으로서만 고려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네댓 가지 요리에 하나의 와인을 엮기 어렵고, 접시와 접시 사이의 틈이 벌어질수록, 즉 여운이 끊길수록 맛의 경험은 단편적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전반적으로 피에르 가니에르의 요리를 기대한다면 기대한 것이 나오므로 만족한다. 특히 이번 메뉴는 가니에르의 카탈로그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만큼 주저없이 맛보아도 좋을 정도이다. 그러나 개별 요리들마다 그의 손길과의 거리가 천차만별로 느껴진다는 점은 뼈아프다. 가니에르의 창작을 한층 더 높은 단계에서 수행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혹은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같은 레시피가 다른 곳에서 같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세계에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그가 제일 잘 알 것이다. 비대면으로는 그날 들어온 재료의 상태를, 프렙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그러한 임기응변은 실무자들의 몫인데, 그들의 기여가 절실해 보인다. 그래도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요리를 통해 느낄 수 있으며, 언제나 창가만큼은 예약이 되고 있으니 감히 더 나아져야 한다고 요구해도 좋다고 본다.

서비스:

가격: Le 6 Balzac 메뉴의 가격은 KRW 180000, 데구스타시옹 메뉴는 각각 KRW 240000과 KRW 340000.

음료: 서비스와 음료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비해 변동 사항이 크지 않으므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