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 피카 바이 포 시즌스 - 참사
하나를 보면 전부를 안다(ab uno disce omnes)고 하지만 포 시즌스 서울에서 준비한 멕시칸 레스토랑은 그야말로 허접함 그 자체였다. 하나만 보려고 해도 보고싶지 않은 전부가 자꾸 보였다. 모래로 지은 집, 아래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성. 국내의 전형적인 수준 낮은 식음부서를 가지고 있는 곳들과 똑 닮았다. 일일 아르바이트들로 채워진 호텔 연회장, 혹은 그보다도 난잡한 수준이었다. 접객원들은 이날 준비된 음식은 커녕 요리 일반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부족했고 고객과 주방을 연결하는 시스템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대한민국 호스피탈리티 업계가 돌아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에서 호텔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곳들의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하청업체에 넘겨 인건비를 쥐어짜고 보이는 부분도 경력 없는 저렴한 젊은 노동력을 무한히 대체해가며 소모할 뿐이다. 다들 무엇이 럭셔리니 고급이니 호텔이 자아내는 꿈과 환상을 소비하지만 그 속에는 고름이 썩어가는 냄새만이 진동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 한국에서는 이렇게 해도 장사가 되고, 또 장사가 되지 않아도 망하지 않으면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놀이터로 쓰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가장 대우받는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소유주고, 그 다음은 고위 관리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 몇 가지는 빛나는 지점이 있었다. 튀긴 토르티야는 서울에서 접할 수 있는 것중 가장 괜찮은 옥수수 맛을 지니고 있었고, 김치를 이용한 타코 쉘나 불고기 타코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 얻은 한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울에서 내보이려는 요리사의 의도도 이해가 가는 지점이 있었다. 물론 조리의 디테일에서 의도가 전혀 구현되지 않았지만. 조리의 기초적인 완성도가 떨어져 원하는 그림이 연출되는 지점은 거의 없었지만 타코 이외의 요리들에서도 무언가 요리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완성하기 위해 힘쓴 흔적이 보였고 대부분 그러한 흔적에 그쳤다. 사진의 와하카 네그로니는 와하카가 떠오르는 지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커피 향을 입힌 네그로니로서 먹을만한 음료였다. 시트러스 필이 아닌 과육을 올린 시도는 아무런 쓸모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보칼리노 봄 리뷰 이후 호텔에 관한 글을 두 달동안 쓰지 않았다. 이런 곳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 자체가 즐겁지도 않거니와 글을 쓰는 것이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서울에서 대중 문화, 대중 예술로서 미식(Gastronomy)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2016년 뎀나 즈바실리아가 가죽가방에 엠보싱 기계로 로고를 찍어넣은 것과 같이 오늘날 서울의 식문화는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수단이 바라는 것은 식사가 아니다.
- 이 글을 통해 그렇다면 신라나 조선호텔을 가야겠다, 이런 결말이 도출된다면 그것은 차라리 바라는 비극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