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zza marumo - CU9225-100
어지간하면 내가 식사를 했던 날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애초에 그런 걸 다루려고 있는 사이트도 아니고, 특정의 위험만 생긴다. 하지만 이 글만큼은 도입에 앞서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 피자 마루모의 카운터에는 한가한 일본인부터 정신없는 한국인 여행객은 물론 미국이나 남미에서 온 여행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필 내 옆에 앉은 팀은 피자이올로에게 선사할 수 있는 대단한 모욕을 선보이고 있었다. 얼굴에 피자라도 던졌냐고? 아니, 가운데만 파먹고 둘레를 남겨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피자이올로와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마루모를 이끄는 유키 모토쿠라는 여러 도쿄의 피자이올로들이 그렇듯이 사보이 출신이지만, 또 사보이에 관련된 많은 피자이올로가 그렇듯 사보이와는 별로 상관 없는 피자를 낸다. 반죽은 커다란 기공이 이끄는 반도의 유행이 아닌, 누르면 주저앉을 듯 가벼우면서 오래 발효한 티를 내는 경쾌함을 자랑한다. 씹으면서도 숨을 쉬는 듯한 반죽이라고 할까. 옛스러운 추억을 떠올리고 싶어하는 듯한 반죽과 달리 그가 선보이는 맛내기의 방법은 급진적이다. 예의 피자는 니혼노 우마미라는, 전형적인 바라바 보아진 일본 요리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선언을 하고 있는데 그 맛에 있어서는 일본의 전통보다도 모토쿠라 본인의 발상이 앞선다. 니보시와 다시마가 이끄는 강렬한 자극을 전형적인 파트너인 파와 간장, 버섯이 이어받지만 그것이 부드러운 피자 반죽과 치즈와 뒤섞일 때는 완전히 그만의 독무대가 된다. 모든 게 완벽한 이 시대의 피자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아니었다. 자주 먹을 생각은 들지 않는, 저돌적이고 도발적인 피자였다. 하지만 도쿄라는 도시에 필요한 피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피자가 가진 가능성을 도전해보지 않은 영역으로 가져가면서, 성공을 얻어가는 피자. 사실 이 모든 것은 반죽의 성공이 다소간의 오차를 가려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형의 틀을 깨뜨리는 요리는 어설픈 장난과 혁신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물론 에비스라는 멋드러진 입지와 과묵한 장인처럼 보이는 그의 제스처가 반죽보다도 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줄타기를 성공시키는 것은, 바탕이 되는 퀴진에 쏟은 시간과 열정, 그리고 그 위에 하나를 쌓아올리고자 들였던 그만큼의 실패가 아니었을까. 자리를 떠나기 직전 밀가루와 먼지를 뒤집어쓴 그의 발을 보고 나는 놀랐다. 정말로 자신이 하는 요리같은 모습을 하고 있구나.
같이 보기: 일본의 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