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zzaQuest, Andrews McMeel, 2022
피터 라인하트의 1999년 책도 번역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새 책을 이야기하는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책을 살펴보다가 반드시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피자퀘스트는 동명의 웹사이트의 이름임과 동시에 여기서 진행하던 팟캐스트이기도 하다. 그동안 쌓인 에피소드들을 갈무리하여 책으로 냈는데,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열혈 구독자가 아닌 이상 우리 독자분들이 이것을 볼 이유가 없겠지만 나는 이 책의 구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제빵사인 피터 라인하트가 쓴 책이지만 책의 대부분의 그가 아닌 수많은 게스트들의 공헌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 각지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현직 프로들이다. 물론 그들이 모두 위대한 셰프라거나, 비싼 식사에 비싼 와인을 곁들이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오히려 각 지역에서 묵묵히 일상의 한 끼로 봉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장소 역시 뉴욕같은 대도시에서도 중심부에 위치한 피제리아 뿐 아니라 퀸스에서 소수인종들이 주로 다니는 피제리아, NC나 SC같이 한적한 곳의 피제리아까지 드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가게의 시그니처부터 카푸토 컵의 우승 레시피, 혹은 제미냐니같은 피자업계의 거인들의 대표작까지 수록하고 있어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명확해진다. 집에서 피자를 굽는 아마추어들을 위해 조정되어 있기는 하나, 주방에서 레시피를 복제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이 책에 실린 피자들은 누군가의 고유한 생각을 담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자의 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지만, 과거나 유명세 등 다른 가치에 기대지 않고 각자 "내가 생각하는 피자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명인에게 배운, 혹은 값비싸게 팔리는 따위가 아니라, 자신만의 피자이고 자신만의 요리. 미국 전역을 순회하지 않고 그 근처에라도 가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행운이다.
나는 이런 기획이 국내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레시피는 기록되고 또 언어화되어야만 한다. 피자가 아니라 어느 일상 음식이라도 그렇다. 예컨대 근방 직장인들을 배불리는 청국장과 된장찌개 등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들 중에서도 분명히 독특한 스타일이나 구분되는 완성도를 가졌다고 인정받는 곳들은 있을텐데, 그 가게와 함께 그것이 사라지게 둘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발판삼아 더 나아갈 수는 없는가? 이런 기획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피자를 찾는 여정"이라는 제목에도 이러한 뜻이 있다. 물론 풍성한 스폰서들의 덕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이렇게 기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미국의 음식이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느낀다. 미국의 피자는 단지 나폴리의 열화판도, 그렇다고 나폴리와 무관한 무언가도 아니다. 그들은 서로 호흡하고 교류하며 발전한다. 새로운 피자들이 탄생하고, 옛 피자들이 보존되며 좋은 피자들이 더 좋아지며 나쁜 상황을 극복하는 노하우들이 생긴다. 이것은 결국 언어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람은 언어로 사고하며 교통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에서도 성공한, 혹은 성공하고싶은 외식사업가들이 레시피를 여러개 써서 내는 책들은 있다. 예컨대 KBS 황금레시피(그리고책) 같은 부류.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하나의 요리에 엮인 사람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