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고이니보시 라멘 나기 신주쿠 골든가이 혼칸 - 라멘 나기
굳이 2023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줄을 서야 하는 라멘집 중에서 나기를 고른 이유는 하나였다. 라멘 나기의 창업기가 썩 재밌기 때문. 라멘의 팬이기도 하지만 잡지 연재분을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으로서 나기는 반드시 한 번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은 주제가 되었다.
라멘 나기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창업주인 이쿠타 사토시(生田悟志)의 인생사를 먼저 다루지 않을 수 없는데, 그는 라멘 나기를 개업하기 전에는 이치란이 확장을 거듭하기 이전 시절 아르바이트로 합류해 여러 지점의 점장을 거쳐 이치란의 도쿄 사업부 총괄으로 쾌속 승진하며 이치란의 중흥을 이끈 주역 중 하나였다. 본래 라멘으로 독립을 꿈꾸지는 않았지만 미국 여행을 통해 라멘이 미국 시장에서 먹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포부를 얻고, GMO 그룹의 대표이사인 쿠마가이(그 GMO 그룹은 유명 레스토랑 예약 대행 업체 omakase.in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의 책을 보고 창업을 결심, 이후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잇푸도와 무사시야에서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유명 라면 체인을 세 곳이나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쿠타와 그의 친구, 그리고 둘의 창업 소식을 듣고 접촉한 당시 멘야무사시의 점장 세 명의 멤버로 시작한 것이 라멘 나기로, 초창기에 유명세를 얻은 것은 사실 돼지뼈를 베이스로 한 라멘이었지만, 2008년 유행을 시작한 농후어패계를 바탕으로 지긋한 연구 끝에 특유의 건어물 베이스의 니보시 라멘을 출시하고 이것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2010년에는 뉴욕 타임즈에 게재되고, 2012년에는 TRY 라멘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특유의 나기는 농후어패계를 선도하는 굴지의 유명점으로 자리잡았고, 해외 진출의 꿈을 가진 업주의 뜻에 따라 기존의 홍콩점 외에도 필리핀, 미국 등으로 진출하며 브랜드 파워를 갖춘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지금 신주쿠 나기 본점의 모습은 여느 여행객이 기대할 만한, 동아시아의 장인이 일생을 갈아넣어 혼신을 다해 한 그릇을 내는 그런 모습을 선보이는 곳은 전혀 아니다. 과거와 같은 것은 특유의 허름함 뿐, 세계적인 체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 직원 중에는 일본어를 어려워하는 외국인도 더러 있다. 하지만 나기의 음식은 여전히 찾아갈 이유가 있는 맛을 낸다. 말린 어패류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한 감칠맛, 그리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음미하게 만드는 두툼한 면. 역시 어분의 맛을 바탕으로 한 다데기와 단맛보다는 매운맛으로 방점을 찍는 뻣뻣한 파까지 자극으로 가득한 나기의 라멘은 한입의 폭발이 있다. 나기의 열풍으로부터 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위세를 지키고 있는 비결은 아무래도 열감이 아닐까. 근래의 주자들에 비해 점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지방 풍성한 스프, 그리고 고추와 부추속 야채들의 연이은 향신은 뜨끈함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자주 찾을만한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그만큼 자극적이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강렬하게 남는다.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에서 온 이방인들에게 "일본의 밤"에 대한 상상을 충족시켜주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그런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