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티드 - Esquimaux

렌티드 - Esquimaux

So far as can be ascertained this delectable potion is NOT the staple diet of the Esquimaux. It was probably first thought of in South Carolina hence its name.

해리 크래독이 <사보이>에 기록해둔 알래스카에 대한 언급은 위와 같다. 영국제 올드 톰 진과 프랑스제 샤르트뢰즈를 섞어 마시는 것이 알래스카 원주민의 전통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느냐만은, 그의 걱정 섞인 두 문장 덕에 이 칵테일의 기원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어딘가로 추측되고 있다.

해리의 글을 다시 곱씹다보면 하나의 단어가 시선을 붙잡는다. Esquimaux?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멸시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에스키모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고 이누이트라는 명칭이 굳어지는 오늘날이지만, 그 표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이 단어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일단은, 애초에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아주 오래전부터 주장되어 오던 내용이다. 다만 그렇다면 본래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과거에는 프랑스계 이민 선교사들이 자신들에게 적대감을 보이지 않은 원주민들에게 '파문된 자들'이라는 의미의 Excommuniquois라는 이름을 붙여준 데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었다.[1] 오늘날에는 문헌학적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북동부의 인누족이 사용하는 언어의 ayas̆kimew에서 왔다는 주장이 조금 더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어는 "설피를 신은 사람들" 정도의 뜻을 가졌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든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쨌거나 프랑스계 이민자들이 원주민들로부터 언어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이 단어는 Esquimaux가 되었고, 이것이 다시 영어권에서는 Eskimo가 되었다는 부분까지는 이견이 없다.

같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후손은 수백 년에 걸쳐 북쪽 원주민들을 애슈키모에서 에스퀴모에서 에스키모로 부르는 난리가 있었던 후, 사람들은 그들을 존중하기 위해 그냥 이누이트라고 부르기로 했지만 여기에도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알래스카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원주민은 이누이트가 아닌 유픽이라서, 부르는 사람은 존중한다고 했는데 듣는 이들 입장에서는 한국인을 두고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느낌을 받게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무지하지만 조심스러운 사람은 그저 그들을 원주민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칵테일 한 잔을 두고 맛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전달했다. 알래스카라는 칵테일은 어떤가? 일단, 추측으로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알래스카에서 금광이 발견되던 시절 그 금빛을 따서 이런 칵테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더 이상 알래스카에 금을 찾아온 이민자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나의 알래스카도 더 이상 금빛이 아닌 그린의 녹색빛이다. 샤르트뢰즈 그린을 사용하면 단맛은 줄어들지만 후각의 자극은 한층 더 강력한다. 제대로 된 이름이 있을까? 어느 날은 그린 알래스카, 또 다른 날은 알래스카 그린. 그 레시피도 어느 하나 예전같지 않다. 나의 그린 알래스카는 오늘날에는 올드 톰 진이 아닌 런던 드라이를 쓰고, 셰이크하는 칵테일이지만 스터로 만든다. 아마 셰이크를 해서 최대한 차갑게 연출하는 것이 그 이름값에 어울리겠지만, 맛을 위해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알코올을 매개로 인퓨징한 것들의 향을 좇는 칵테일. 샤르트뢰즈 그린이 더하는 약간의 단맛마저 더 강한 씁쓸함, 주니퍼와 허브를 찾아 해매기 위한 수단이다.

음식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장소나 시간에서 그 황금률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진짜 평양 냉면, 진짜 베트남 쌀국수, 진짜 도쿄 스시... 그러나 과연 그곳의 시간은 영원한가? 영원을 꿈꾸며 오늘을 흘러가는 것이 삶의 길이 아닌가 하는 밤이었다.


  1. Thalbitzer, W. 1950, "A Note on the Derivation of the Word "Eskimo" (Inuit)", in American Anthropologist, vol. 52, no. 4, pp. 5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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