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의 탄생에서 미슐랭 가이드까지, 따비, 2011
우선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원래 제목은 프랑스요리와 비평의 역사フランス料理と批評の歷史가 맞다. 표지에도 쓰여있으나 이런 제목의 책은 한국어로 팔릴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에 국내 출판을 결심한 이들은 미슐랭의 이름을 빌리기로 한듯 보인다. 비록 원서의 제목에는 미슐랭 비슷한 언급조차 없더라도.
그렇다고 하여 책에 기드 미슐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지는 않고, 오히려 중요한 주제의식의 바탕이 되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이 책이 기드 미슐랭의 일본판 <미슈랑가이도->의 상륙 이후의 일본의 식문화 비평문화의 부재에 대한 극복 방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도쿄판의 상륙 이후 일본 요식업계는 프랑스에 대한 동경에 더불어 일본요리에는 별 셋이 쏟아지는 등 결코 나쁘지 않은 대접을 받았으나 프랑스의 잣대로 평가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만이 있지는 않았다. 콧대 높은 가게들은 별을 거부하거나 평가가 불가능한 회원제를 채택하고, 소비자들은 가이드의 평가를 두고 일본요리에 대한 이해가 낮다면 비웃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를 비롯한 식음료업계 종사자들은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있다. 과연 프랑스 생활권에서 쌓아올린 음식비평, '가스트로노미'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일본적 음식비평이라는게 존재하긴 하는가?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중서를 발판으로 비평중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자리한 '가스트로노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보급하고자 시도했다. 이 책은 가스트로노미의 탄생부터 고미요까지, 결코 많지 않은 분량에 레스토랑 비평사를 녹여냈다. 어째서 수많은 먹거리중에서도 공간과 서비스, 음식이 함께하는 레스토랑이라는 형태를 띄는지-레스토랑의 어원을 아는 사람들은 이미 짐작이 가는 것이 많으리라-, 또 아카데미아의 비평이라 할 수 있는 문학비평, 예술비평의 분야에 어째서 레스토랑 비평이 함께하지 않는지 등 가스트로노미라는 프랑스 고유의 생활양식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를 도모하고자 만들어졌다.
COVID-19 이후로 유튜브 등 매체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한국의 레스토랑 업계를 보면 이러한 기획이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느낀다. 파리를 벗어나 궁중요리가 아닌 민중의 질박한 생활사로부터 영감을 얻었던 20세기 미식의 가르침은 청담동 아니면 호텔 뿐인 서울을 두고 여전히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질문을 주며, 에스코피에의 규율로부터 벗어난 보퀴즈 이후 고-미요의 비평이 이끈 요리 문화는 어디 출신 따위를 내세우며 자기복제를 거듭하고 있는 이른바 파인 다이닝, 이른바 오마카세의 궁핍함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만든다.
물론, 프랑스의 가스트로노미는 그 탄생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은, 주로 지갑 자랑에 곁들여지는 무언가라는 속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누벨 퀴진 이후의 요리가 호황의 시대 중산층의 가스트로노미로 자리잡았으나, 21세기에는 그 다음의 고민이 반드시 필요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지점만큼은 과거로부터 답을 얻어낼 수 없다. 다만 21세기의 가스트로노미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말하기 위해서 과거의 지식이 결코 발목을 잡지는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