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balta NYC -
현재 뉴욕을 대표하는 피제리아는 이견 없이 「Una Pizza Napoletana」이지만 상당한 대기줄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이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Ribalta는 한적함 뿐 아니라 도우의 스타일로도 UNA와 대비되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데, 대신 Ribalta를 통해 피자 나폴레타나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Ribalta는 기본적으로 Vera Pizza의 영향을 받은 나폴리 전통식을 표방하지만 실상 피자를 받아보면 정말 전통적인 나폴리의 오랜 가게들과는 다른 인상을 보여준다. 잘 쳐줘봐야 보메로식의 물을 많이 잡는 반죽과 유사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굽는 온도와 환경이 다르므로 빵껍질의 색부터가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 치즈를 쓰지 않고 이탈리아 수입 치즈를 사용하는 등 이탈리아의 전형을 표방하지만 푹신하게 눌리는 도우, 화덕에서도 열원에 가까운 포지션에서 반죽을 돌리는 포지션의 차이 등으로 다소 젊은 느낌의 피자가 완성된다.
속이 마른 듯하지 않으면서도 스프링을 적극적으로 일으켜 나폴리식 마우스필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편안함을 연출하고, 나머지는 토핑에 맡긴다. 토핑을 적극적으로 변주하는 등 개입하지 않고 최소한의 가공만을 거치면서 완성하는데도 투박한 생김새와 달리 끝없이 당기는 매력이 있는데, 나쁘게 말하면 재료빨이다. 어떤 것은 한국 수입품과 같은 깡통에서 나왔을 지도 모르지만 좋은 치즈, 좋은 빵이 인상을 전부 뒤덮는다. 한 사람이 두 판 먹기에는 불가능한 넉넉한 크기인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을 정도이니.
Ribalta의 피자에서 피자 만들기의 관점에서 배울 점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외려 외적인 요소가 빛나는데, 커다란 바에서 만드는 네그로니가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피자에 네그로니! 서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